아들과의 전쟁 그 후~/ 대화가 필요해 (-)_(-)

by 필이

아들이 보낸 장문의 카톡.

엄마의 산책으로 다스린 마음.


오늘에야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나눈다.


"니 카톡 받고 답도 못했네. 그러면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노?"


살며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엄마이다.


"음, 지금 과제랑 뭐가 너무 많아서. 이걸 신경을 못 쓰겠어."


"그럼, 과외 수업은 엄마가 챙길까?"


"그래 주면 좋지."


"알았다. 이젠 엄마가 챙길게. 엄마가 챙기다가 어느 순간부터 너에게 다 맡겼네. 지금처럼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또 엄마가 뭘 해줬으면 좋겠는 게 있을까?"


'설마, 뭐가 또 있을까?'


속으로 생각하기 무섭게

아이의 말이 이어진다.


"엄마가 거실에 계속 있으니깐 뭔가 내가 방에만 계속 있게 돼."


"응?"


전혀 예상 밖의 이야기다.


내 방에는 책상이 없다.

아니

있으되 책상이 아니다.


옷장과 함께 연결된 것이다 보니

상판이 좁다.


좁은 그곳에 화장품이며 책이며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러니

책상은 책상이되

책상이 아닌 그런 책상이다.


그러다보니

노트북 작업을 거실에서 한다.


아이는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줌 강의 들을 때 방에서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데, 그거 말고도 엄마가 거실에서 작업하는 게 불편해?"


"불편하다기보다 내가 거실에 왔다갔다 하기가 좀 그래. 그래서 방에만 있게 돼."


"그러면 어떡하지? 방에서 노트북 작업하면 좀 불편한데."


방에서 노트북 작업을 한다는 것은

침대에 앉아서

침대용(?) 책상에서 한다는 것을 말한다.


날씨가 춥거나

짧은 시간 작업할 때는

침대용 책상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도

꼬리뼈가 다치기 전의 이야기다.


꼬리뼈를 다치고 나서는

침대에 앉아서 하지 못한다.

아프다.


줌강의할 때 빼고는

침대 책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없고.


사실,

집에 와서

밥먹는 시간외에는

글을 쓰니,


거실을 엄마가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불편하다고 생각을 못한다.

말하지 않으면 이렇게나 모르는 것이다.


알아도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없고.


잠시 고민하는 사이,

아이가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럼, 전화 통화는 방에서 해줄 수 있어? 소리도 좀 줄여주고?"


앗!

음악을 들으며 할 때가 많은데

그게 아이에게 방해가 되었던가 보다.


이또한 말하지 않으니 알 수가 있나.


아니다.

음악 소리 줄여달라는 건

몇 번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줄이는 것으로

다 된 것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무신경한 엄마여~!

아이가 고3이라는 걸

자꾸 잊어버리는 엄마여~!


엄마라는 이름에

창피함을 느낀다.


"응, 앞으로 소리나는 작업은 방에서 할게. 그리고 엄마는 너무 늦게까지 안할게. 10시나. 그때까지만 하도록 할게. 그러면 될까?"


"그래주면 고맙지."


역시 대화는 필요하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아무말 없으니 괜찮겠지.


마구 혼자만의 생각이다.


고3!

아이는 수시전형을 준비한다.


그러니 이번 기말시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가 스스로 잘 한다는 핑계로

엄마의 무신경함에

얼굴이 빨게진다.


아이는 벌써 시험기간에 돌입한다.

이미 이번 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일찍 간다.


일과 시작 전에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학교에서 공부하면

집중이 잘된단다.


그런데도 엄마는

여전히

무신경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으니.

참말로 창피하다.


이젠 수시로 물어야겠다.

뭐 필요한 게 없는지.


그거라도 해야지.

고3 엄마가 참......

이렇게나 참......


아무튼

이번 '아들과의전쟁'은

서로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또한 아이의 불편과 필요를

알게 되었고,


아이 또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여러 모로

필요한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아이 스스로 해서

경험해본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아이가 스스로

수업 시간을 관리해보지 않았다면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엄마가 계속 챙겼다면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해

이토록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스스로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엄마가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경험 하나가 더 값진 것을!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젠

전쟁 말고 평화와 사랑만 하자!



아들과엄마1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조금만 쉬고^^

아들과엄마2에서 만나요.^^*


오필리아처럼~

필이~ ^^*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