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사는 삶에 대하여

적절한 단어와 맞는 문법을 헤매다 화가 증발해버린다

by Eternal Foreigner



나는 언어를 좋아한다. 잘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잘’이라는게 참 막연하거니와 그래봤자 제 2외국어로 배운 언어를 잘 해야 얼마나 잘하겠는가.

그렇다면 외국어로 사는 인생은 어떨까? 외국어를 쓰면서 ’내가 착해진 것 같은 느낌‘은 누구나 다 느껴봤을 것이다. 표현할 단어를 떠올리다가, 문법을 헤매다가 화가 증발하기도 한다. 내가 너무 빡이 쳐서 돌아버리겠는데 I am upset이라니.. fuming, piss off도 ‘개빡친’상황을 설명하긴 한없이 부족하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사소한 일로 ‘빈정이 상한’ 적이 있었다. 기분이 상하기엔 너무 사소한 걸 나도 알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엔 내 감정을 알려야겠는 그런 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빈정이 상한‘ 일. You hurt my feeling하기엔 내가 너무 독립적이다. 내 감정은 내가 컨트롤 하니까! 너가 나의 feeling을 상하게 했다고 하기엔 조금 가벼운 일이다. I am annoyed 하기엔 또 너무 단순하다. 결국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결론은 언어는 1:1 매칭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단어와 표현들이 뉘앙스와 문맥에 따라서 너무나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착해진 느낌이자 작아진 느낌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하고싶은 말을 ’에둘러’ 표현하게 되니까 느껴지는 감정은 또 나를 작아지게 만들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세 치의 혀가 사람을 죽인다는데 조금 착하게 덜 직설적이게 하고 살아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있는 화를 다 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아득바득 단어 하나로 이겨보겠다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 덜 정확한 말로, 덜 직설적이게 말하면서도 나를 지키는 방식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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