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맞을까, 해외가 맞을까 고민하는 그대에게

나는 어떤 삶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은가

by Eternal Foreigner

한국이 맞을까, 해외가 맞을까 고민하는 그대에게




먼저 정답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행정, 병원, 대중교통, 소비, 기타 등 한국의 편의성은 압도적이다. 첫 아이를 한국에서 출산했는데 38주 5일에 선택제왕을 잡아두고 혈소판 감소가 원인이 되어 38주에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하게 되었다. 병원을 옮기면서 피검사, 심전도 검사, 소변 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해야했고 남편이 같이 기다려주었다. 그때 남편이 '아일랜드에서 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리는 검사들을 하루만에 다 끝냄'에 감탄을 금치 못한 기억이 있다. 한국 병원은 하나의 검사가 끝나면 왼쪽으로 가세요, 2층으로 가세요 하고 한번에 두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나는 검사들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더라도 24시간 편의점, 배달 서비스, 대중교통 등 한국의 편의성은 누려본 사람만이 안다. 하지만 그 말인 즉 누군가가 그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24시간동안 편의점을 열어두기 위해 누군가는 잠을 쫓아가며 밤샘 근무를 하고 온갖 종류의 음식들을 원하는 때에 배달하기 위해 궂은 날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지하철은 정시에 도착한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편의는 누군가의 노동 위에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큰 백화점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점들이 6시 ~ 7시면 문을 닫는다. 병원은 응급이 아닌 이상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고 버스는 온다는 시간에 와주면 고마울 뿐이다. 사회가 그리고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일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조금 더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인건 확실하다. 6시 7시가 되면 상점은 다 문을 닫고 가족에게, 자신의 home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은 삶의 리듬을 바꾼다.





결국 어디가 더 낫다기보다 나는 어떤 삶의 속도를 원하는 사람인지 묻게 된다. 나는 이제 '여권 발급은 두 달 즈음 걸리겠구나(혹은 그 이상 걸려도 놀랍지 않다), 시킨 물건은 5~7 영업일 안에는 도착하겠지'하는 삶의 속도로 살고 있다. (다른 선택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기다리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여유는 삶의 순간 순간에도 녹아난다. 지나가는 낯선 이에게 머물 0.3초의 미소에서, 뒷 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기다릴 수 있는 3초에서, 낯선 이와 나누는 30초 동안의 스몰톡의 여유를 나는 즐기게 되었다.





불편함이 불행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일랜드의 느린 시스템은 삶의 속도를 늦췄고 그 안에서 나는 여백을 배웠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나라가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의 형태이다. 우리는 늘 더 빠르고 더 편리한 방향이 정답이라고 배워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이 맞을지 다른 나라가 맞을지 고민이 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 편리함은 누구의 시간 위에 놓여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속도로 하루를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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