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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Jan 31. 2021

다섯 편의 영화들에 대한 짧은 리뷰

각자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니까.

좋은 영화들로 가득 채운 일주일을 보냈다.

장면마다 느꼈던 감상이 톡톡 튀어 유기적이게 연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맥락 없이 적어보기로 했다. 


<나에게 영화는 취미 그 이상>

각자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라는 말을 좋아한다. 

알베르 카뮈도 <시지프 신화>에서 우리의 삶은 무대장치이며, 인간은 배우라고 비유했다. 

'영화 같은' 인생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인생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하다. 

죽어서 남길 가죽이 없다면 영화 한 편쯤은 남기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언제나 존재를 확신하던 존재의 사라짐을 여러 번이나 겪은 주인공 '잇지'.

-앞선 세대가 겪었던 KKK, 가정폭력, 장애 등의 상처는 후 세대 주인공이 겪는 자존감 하락과 삶의 무의미함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상처로  나타난다.  

각자 세대가 극복해낸 아픔들은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들이 서로 위로가 되어주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후 세대 여성 '에블린'은 자신을 위할 때 비로소 자신을 찾게 되었다.

-"보편성"은 인간 존엄성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따듯한 정서에 있다는 왓챠 감상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보편성은 모든 세대에 적용되었고, 앞으로의 세대에도 적용될 것이다.  

-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팔던 공간은, 차별 없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사랑으로 연대하던 공간이었다. 




<금발이 너무해>, <금발이 너무해 2>

-1탄의 교훈은 첫인상은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알기를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 것. 

그리고 2탄의 교훈은 우리 모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지만, 1탄에서는 재판 중에 증인을 심문하는 법정 전략을, 2탄에서는 미국 의회에서의 법안 처리 과정을 볼 수 있었던 영화다. 


-2탄에서 엘 우즈가 전파한 칭찬의 전통(스냅 컵)이 의회의 전통이 되었다는 결말이 좋다. 갈등의 연속인 의회에서 누군가를 칭찬하는 전통이 만들어지는 것은 판타지와 같지만 굳이 없어야 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요즘 빠진 아이유의 곡 'celebrity'의 앨범 소개글처럼, 엘 우즈는 별난 사람이 아닌 별 같은 사람인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며 자신의 주변을 밝히는 듯 바꾸어가는 모습이 좋다. 




<소울>


-꿈과 목표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재촉하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자기만의 불꽃이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조금은 반전적인 이야기의 교훈이 좋았다. 


그리고 그걸 '불꽃'이라고 표현한 것도, 자신의 불꽃을 만나면 영적 세계의 경계로 가 흠뻑 빠져들게 된다는 것도 영화의 설정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자기만의 불꽃을 찾기 전 삶의 공백의 어떠한 부분도 무의미하지 않다. 

우리 인생은 불꽃을 찾아가는 여정임에 동시에, 수많은 동반자들과 함께하는 일상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 동반자에는 가족도, 반려동물도 포함되고, 떨어지는 낙엽과 햇살, 바람도 물론 함께다. 


-이미 내가 사는 삶이 바다임에도, 여기는 물일 뿐이라고, 나는 바다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물고기가 얼마나 안일하고 무지한가.


-주인공의 불꽃이 재즈 피아노인 것은 의도적인 영화의 설정인 것 같다. 즉흥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은 재즈와 인생의 공통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


-아이의 시선은 모든 장면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아이의 시선으로 본 사회의 부조리는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적절한 균형감이 좋다. 초반에는 우스꽝스럽고 유쾌한 장면이 나와 긴장이 풀어지지만 유대인 수용소 내에서의 생활과 참혹한 장면들을 보면 아예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긴장과 몰입의 연속이다.  


-아이 빼고 관객과 다른 배우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 지금은 게임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것. 이 게임의 진행을 보며 단 한순간이라도 무거웠던 마음이 내려놓아진 적이 없었다.


-영화 제목이 '인생은 아름다워'인 이유.

 기약 없는 수용소 생활이지만 단 한순간도 아이에게 절망이라는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도록 수용소 생활의 모든 면을 게임의 요소들로 재창조한 아빠의 사랑이다. 


 귀도의 인생은 모든 면이  아름다웠다. 귀도는 삶의 모든 부분들을 긍정적이고 재치 있는 태도로 살아냈다. 영화에서는 그의 직업, 그의 친구, 연애 스토리 등을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 짧은 장면에서도 그가 영화 밖 인생도 같은 태도로 일관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내는 아이와 남편을 위해 수용소에 자발적으로 들어올 만큼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했으며, 아이는 이 모든 사랑을 흡수하였다. 끔찍할 수 있었던 기억은 아빠 덕분에 흥미진진한 게임의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세 주연들의 인생은 모두 아름답다. 


- 유대인들을 체포해 입석뿐인 기차에 태우는 장면, 수용소에 가두고 죽지 않을 만큼의 노역을 시키는 장면, 옷을 돌려주겠다는 더러운 약속을 하고 샤워실에 가스를 살포해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절대 역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독일이 반성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이상적인 법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다짐의 일부이겠지만, 그 일상의 재건까지 수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먼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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