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호 변호사 Jun 15. 2022

강압적인 부부관계,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이혼전문변호사 이성호의 이혼 STORY


실무적으로 문의를 받다 보면 강압적인 부부관계로 인하여 고통받고 계신 아내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혼인이란 남녀 간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이지만, 부부는 대등한 인격체이고 부부관계 역시 양자 간에 자유의사에 기해 이루어져야 함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아내가 원하지 않는 부부관계를 강요하는 것은 아내가 가지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형법적으로는 강간죄에 해당될 수 있고, 이는 곧 범죄를 의미하게 됩니다. 오늘은 형사적인 처벌과는 별론으로 강압적인 부부관계가 혼인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되는 지의 여부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강압적인 부부관계는 부부간에 서로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부관계를 거절하였을 때, 배우자 일방이 부부관계를 일방적으로 행한 단편적인 사안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판단이 어렵고 그 원인이나 양태를 입증하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입니다. 즉,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부간 강간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부부간에 강간이 성립될 만한 정황이 아니라면 강압적인 부부관계를 원인으로 하는 재판상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강압적인 부부관계는 부부간 혼인생활에 문제가 있어 장기간 각방을 사용하는 등 정상적인 부부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에서 남편이 아내가 싫다고 하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정상적인 혼인생활 중에 강간을 당했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의 대우를 받은 경우에 남편의 이 같은 행위로 아내가 받은 모욕적인 감정이나 정신적 충격 등은 혼인관계를 해소함에 있어서 위자료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즉,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에 남편으로부터 강간을 당했거나 이에 준하는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이를 원인으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겠습니다.

남편 감 씨와 아내 명 씨는 슬하에 자녀를 둔 결혼 12년 차 부부입니다. 자녀를 출산하고 나서부터 명 씨는 감 씨와의 부부관계를 거부하였습니다. 감 씨가 이유를 묻자 아이를 더 가지고 싶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감 씨는 명 씨가 부부관계를 계속 거부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어느 날 강제로 명 씨와 부부관계를 가졌습니다. 이후 감 씨와 명 씨의 부부관계는 점차 늘어나면서 명 씨도 감 씨의 요구에 응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심한 부부싸움을 하거나 명 씨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명 씨는 감 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감 씨와 명 씨의 혼인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명 씨는 감 씨가 직장회식으로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자 감 씨에게 잔소리를 하였습니다. 기분이 몹시 상해있는 명 씨에게 감 씨는 부부관계를 요구하였습니다. 명 씨는 거절을 하였고, 감 씨는 명 씨를 달래보다가 끝까지 거절을 하자 술김에 강제로 관계를 가졌습니다.     


명 씨는 이를 이유로 소송대리인을 찾아가 감 씨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소송대리인은 혼인관계가 원만하게 지속되는 경우에 감 씨가 강압적으로 부부관계를 요구하였다는 이유로는 심히 부당한 대우라고 인정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명 씨에게 설명하였습니다.     


명 씨는 이 같은 설명을 듣고도 감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명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남편 감 씨와 아내 명 씨는 슬하에 자녀를 둔 혼인 6년 차 부부입니다. 감 씨는 명 씨와 결혼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명 씨는 감 씨의 정성에 감동하여 혼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혼인신고를 한 뒤, 감 씨는 명 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부부관계를 요구하기 시작하여 이를 거부하는 명 씨에게 강압적으로 부부관계를 강요해 왔습니다. 처음에 명 씨는 이에 저항하였으나 감 씨의 완력을 당할 수 없었고, 당시 이혼을 생각했으나 태아를 생각하여 참았습니다. 그러나 감 씨의 행동은 점점 심해져 갔고, 명 씨는 감 씨가 퇴근하는 시간이 두려워졌습니다.     


감 씨는 명 씨의 목을 조르는 등, 비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지속해왔고, 명 씨는 차마 말못할 일들을 겪으며 혼인관계를 지속해오다가 매일 같은 성적 학대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소송대리인을 찾아갔습니다.   

   

소송대리인은 명 씨에게 이미 혼인초기부터 혼인관계는 파탄된 상태에 이르렀으나 자녀문제로 인하여 명 씨가 혼인관계를 해소하지 않았을 뿐 정상적인 혼인관계 속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므로 이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될 수 있음을 명 씨에게 설명하였습니다. 명 씨는 소송대리인의 조력을 받아 감 씨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은 명 씨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처럼 강압적인 부부관계가 있는 경우라도 법원은 혼인생활의 실질적인 상태, 강압적인 부부관계의 정도, 빈도 기타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혼인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재판상 이혼사유 속 배우자의 부정행위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