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모두
다
우리 동네
달
순서 정해서
차례 되면
동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
.
.
순찰 도는
우리 동네
달
담쟁이 오르는 길목마다
단단한 등허리
온통 내어주고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저기, 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끝까지 묵묵히
지켜봐주는
아버지
촛불이었다가
횃불이었다가
화르르
불길로 번지는
진달래, 목련, 벚꽃
그리고…,
개나리
괜찮아
다 괜찮아
조금만
조금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꿋꿋이 견디면
흐린 날이
점점 맑아지듯
선물 같은
희망 같은
그런 좋은 때가
올 거라는
할머니의
‘차차’
모락모락
연기 아래
타다닥 타는
가슴
까만 내 속은
아무도 몰라줘.
아, 진짜
후끈후끈
열 올라!
조금 쓸쓸하고
어슬렁어슬렁
자유로울 때는
공원길 멈춰 서서
지즐지즐 박새를 지켜볼 수 있지
돌 틈 깊숙이 웅크려있는 왕거미
새까만 등도 볼 수 있지
바람처럼 참나무 가지 사이
슬쩍 넘어가는 다람쥐도 볼 수 있지
흙더미에서 꾸물대는
지렁이를 볼 수 있지
상수리나무의 오색딱따구리
식사를 숨죽여 구경할 수도 있지.
하지만
제일 좋은 건
너와 이 모든 걸 함께 하는
기분 좋은 상상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거야.
늘 다니던 길가에 핀
꽃 이름을 여름 내내
알지 못했다.
진초록 긴 목에
주황색 얼굴 가득
주근깨도 예쁜 꽃
누군가
어머, 나리꽃이야!
한다.
오늘 처음
통성명한 나리꽃
그 얼굴
환하게
더 화안하게
빛난다.
겨울 흐린 날
내려라
내려라
눈!
그랬는데
밤까지도
안 온다.
이따
나 잠든 뒤에라도
내려라
내려라
눈!
예약 주문
걸어둔다.
( 차영미 제4동시집 수록 예정작)
조약돌로 물수제비뜬다.
탐방 탐방 탐방 탐방 탐방…
조약돌이 더 멀리까지
물수제비 다리를 놓으며 간다.
따라 온 햇빛이 그 다리를 뛰어 건넌다.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반짝……
건너편 물기슭 버들개지 보르르 빛난다.
가 닿았나 보다.
( 차영미 제4동시집 수록 예정작)
너는 세 시간 째
축구 중
오늘은 내가
모험을 떠나기 딱 좋은 날
떼구루루 굴러
길고양이를 만나도 좋을 거야.
까치를 만나
까치네 뚫린 지붕을 막아줘도 좋겠지.
그러면 밤마다
별을 볼 수 있을 거야.
안녕, 실밥 두 가닥은
인사로 남겨둘게.
( 차영미 제4동시집 수록 예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