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과 의미 있는 삶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 5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가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모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불안함은 계속 쌓여만가고 있는 걸까?
그간 기술적인 성장만이 나의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열심히 공부했고 차근차근 나의 연차에 부끄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아가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자꾸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책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를 추천받았다. 책의 제목 중 '나답게'라는 단어에 이끌러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
책의 머리말에 적혀있는 제목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있습니까
위 질문을 한번 고민해 보자. 아마 몇몇 사람들은 이 질문의 대답을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개발자인 나에게는 개발이 나 자신으로 살고 있는 모습인 걸까? 그러한 모습에 과연 만족하고 있는 걸까? 아직 나는 확신할 수 없다.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고 그나마 내가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기에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질문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행복한 삶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행복을 좇는 일이 실제로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 행복을 좇는 사람들은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반대로 의미 있는 삶을 살면 '주는 사람'이 되기 쉬우며,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관여하고 기여한다.
책에서는 행복보다는 의미 있는 삶에 더욱 가치를 두라고 한다. 여기서 행복을 구분하자면 '의미 없는 행복'과 '의미 있는 행복'으로 나뉜다. 위 인용 글에서 말하는 것은 바로 '의미 없는 행복'이며 이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일은 이기적 행동에까지 속한다고 한다. '의미 있는 행복'에 대해 알아보기 전 나에게 있어 '의미 없는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받기만 하는 행복, 이기적인 행복이 뭐가 있을까?
유튜브를 보는 것, 맛있는 걸 먹는 것, 달리기를 하는 것, 취미생활을 하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의미 없는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는 없어도 나에게 충분한 만족감과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만족감 뒤에 허무감이 따라올 때도 종종 있다. 왜냐하면 행복은 기분 즉 감정과 같아서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 그날그날 기분에 좌지우지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의미 있는 행복, 의미 있는 삶에 집중해야 한다. 이제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야기해볼 네 가지 기둥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네 가지 기둥을 소개한다. 유대감, 목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초월이다. 네 가지 기둥을 통해 위에서 언급된 질문에 해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쏟음으로써 우리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유대감이라는 기둥을 세운다. 자신의 삶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면 우선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행복에 대한 설명에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언급했듯이 의미 있는 삶을 이야기할 때 사람과의 관계를 먼저 다루고 있다. 유대감은 뭔가 거창한 의미 같고 오랜 기간 함께 있어야만 형성되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의 유대감을 쌓아가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혹은 유대감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상처에 지레 겁먹어 먼저 선을 그어 버리곤 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있어 일상 속 사소한 순간에도 가능하며 이를 위해 집중하라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양질의 관계 맺기'는 두 사람의 짧은 시간에 맺는 긍정적 상호 작용을 말한다. 연인이 손을 맞잡고 함께 길을 걷거나, 초면인 두 사림이 비행기 안에서 서로 공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좋은 예이다. 우리는 가끔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 다른 데 정신을 팔거나 아무 대화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질의 관계를 맫는 동안은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긍정적 존중과 관심을 주고받는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책을 읽으며 유대감이라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와 대화하고 있는 그 순간 절친한 사이이든 낯선 사이든 상대방이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유대감을 형성한 거다. 우리는 서로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때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첫째, 목적은 '지속적이고 원대한 목표다'. (...) 둘째, 목적은 세상에 대한 기여를 수반한다.
목적은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작게는 집안 청소와 같은 거라고 한다. 결국 개인적인 행복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목적을 세워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세상에 기여가 되는 목적을 세우는 것이 바로 의미 있는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최근 이직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그걸 이뤘다. 이직을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이직 후 회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할 때쯤 번아웃이 밀려왔다. 나는 무엇 때문에 성장하고 싶어 했던 건지에 대해 고민하며 이는 더 심해졌다. 단순히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아니면 나의 커리어를 위해? 그렇게 이직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니 그동안 하지 못했던 '목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와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 같이 성장했다는 생각을 받게 만들고 싶다. 나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 성장이 다른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더욱 멀리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면 좋겠다.
현재 우리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길 위에서 편하게 개발을 하고 있다. 그런 개발자들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개발자로서의 목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스토리텔러들은 청중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온통 자기 이야기만 해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는 공기 중으로 뻗어나가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세상에 자기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 준다.
다양한 컨퍼런스에서 참여하며 많은 발표를 들었다. 그중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기술 발표를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했다. 내 발표를 들으러 오신 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뺒는것 같아 애초에 시작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발표자 분의 말을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내 발표가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의미 있는 거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할 때, 준비한 발표에 만족하지 못하고 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명에게만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발표라고 생각한다. 절대 의미 없는 발표는 없다. 청중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 이야기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될 것이다. 발표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행위는 모두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의미로 변화한다.
광활하고 불가해한 우주 안에서 나 자신이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주는 극도의 겸허함은 역설적으로 우리 안에 깊고 강한 의미를 가득 채운다. 별 아래에서든, 근사한 그림 앞에서든, 종교의식에서든, 병원 분만실에서든 잠시 동안 신비를 경험할 때 우리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사막에서 수많은 별들이 있는 밤하늘을 보며 자연의 광활함을 느꼈어요."
"아이를 낳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위의 말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본 적이 있으며 아마 이러한 경험이 그 사람에게는 초월의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초월의 순간을 겪는다고 반드시 의미를 얻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월을 맞이하기까지 본인이 겪은 상처, 위로, 행복, 고민 등 그러한 모든 경험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있던 게 아닐까?
살아오면서 본인의 인생 대해 충분히 고민해본 사람만이 밤하늘 위 별들을 보며 보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만이 출생이라는 순간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성장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무작정 성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방향을 읽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답게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되고 이를 위해서는 의미 있는 삶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 내가 성장하기 위한 목적 그리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나는 지난 3년간 이직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그걸 이뤘다. 하지만 만족감은 잠시일 뿐 다시 길을 읽어 버렸고 이직을 또 해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목적 없는 목표(이직)는 이를 계속 반복하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참고도서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