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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짱 Jun 17. 2024

미련하게 성실한 놈

내가 똑똑하게 노력하고 있을까?

50이 된 지금 직장 생활도 이제 막바지에 다 달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회사에서 정리 대상에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내가 회사에서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사람들에게 단지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인가?


회사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사람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면에서 보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싶거나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


어떤 사람인지 질문을 받을 때 보통 두 가지로 대답한다. 기술적으로 테크닉이 떨어지면 "사람은 좋아.", 기술적 수준이 높으면 "괜찮은 사람이야.", 인성도 떨어지면 "난 별로인데, 네가 직접 봐."

이 대답은 그 상대에 대한 나의 이미지 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없고 소문과 주변의 말을 종합해서 만들어진 그 사람 이미지로 인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있을지 걱정이 되고는 한다. 가끔 나에 대한 소문이 회사에서 떠돌게 되면 신경이 쓰이고 나를 좋지 않은 이미지로 보고 있는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대화에서 나오는 상대의 뉘앙스, 행동에서 나오는 시그널을 캐치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이미지메이킹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실한 사람인지, 불성실한 사람인지, 능력 있는지, 무능력한지.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메이킹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조각품처럼 각인되어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첫인상이 중요할 것이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서 재미있으면서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 오버한 행동을 하다가 오히려 마이너스된 이미지를 보여준 적도 많다. 그리고 그 점수를 메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회사에서도 중역의 위치에 올랐고 외부에도 회사의 기술적인 부분은 대표해야 하는 자리에 올랐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제대로 노력하고 있나?


열심히 살아간다고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꿈과 같은 방향을 가고 있는 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 꿈을 정의하는 것도 힘들다.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술자리에서 대화하는데 대화주제를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끌고 간다. 그런데 그런 대화를 싫어하는 친구도 있다. 어쩌면 모두가 좋아할 주제를 내가 모르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모인 자리이기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는 것도 내가 윗사람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니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해야 해야 하니 죽으라고 일을 하는 것일 수 있다. 


왜 그렇게 미련하게 일을 해요?


만일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이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과거의 나는 직장을 통한 자아실현에 큰 관심을 두었다. 직장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업무적으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어려워하는 문제를 풀어내고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사람 말이다. 

'일본의 학사 출신이 노벨화학상을 받는데 나는 최소한 대통령상은 받을 수 있지 않겠어?'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중소기업을 다니다 보니 기술 개발에 대해 시작부터 시도하지 않는 경향이 많았다. 빨리 해야 하니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어떠한 것도 사실 우리가 방법을 찾아간다면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와 느끼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 발전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혹시 미련하게 성실하기만 한 것은 아닌가? 


이런 말이 있다. 

"스펙 좋은 인재를 데려와도 중소기업에서는 얼마 있지 않아 헤드헌터에게 데려가게 되니 의미가 없다." 

이 말을 듣고 당시 정말 자존심이 상했었다. 내가 스펙이 좋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지방대 출신이니) 사람으로서 낮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의 능력은 충분히 시간이 지난 후에 노력에 의해 만회할 수가 있다. 대기업/명문대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사람도 그들보다 낮은 사람은 아니다. 


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다면 

'내가 제대로 노력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은 

'내가 계속 발전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과 같다. 


매일 반복적인 생활(회의, 보고서, )로 몸만 힘들게 열일을 하면 하루가 마무리될 때 미련한 성실성으로 마치 최선을 다해 내 인생에서 하루를 보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제 나는 성실하기만 한 사람의 이미지메이킹을 벗어나고자 한다. 이제는 똑똑한 이미지메이킹을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해 나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것이다.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는 '슈퍼맨 콤플렉스'일 수 있다. 외부의 학벌에 의한 약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나는 나의 콤플렉스를 사랑한다. 열등은 경우에 따라 노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최소한 내 주변 사람들이 미련하게 성실하기만 했던 사람이 아니라 모두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조직개편을 앞두게 되면서 다시 한번 후회와 다짐을 한다. 


나를 위해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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