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게 살아간다

김해에서 서울까지 와버린 직장인 이야기

by 레몬소르베

창 밖 풍경이 낯설다.

늘 부산지하철 3호선을 타고 퇴근했었다.

구포와 대저를 넘어가며 보이던 지하철 밖 탁트였던 낙동강 풍경이 이제는 빼곡하고 오래된 건물뷰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상경한 서울은 아이러니하게 왜이리 좁게만 느껴지는지.


무려 하루에 세 시간 가량을 지하철을 기다리고, 지하철을 탑승하며 보낸다. 이건 지역불문 타지로 출근하는직장인이라면 공감하리라. 하지만 이미 여기서 뒤쳐진 기분이다. 남들보다 피곤하게 출근해서 같은 온도의 사람이 되기엔 난 아직 차가운 사람이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과 주어진 명함에도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진로고민하던 고등학생 때보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요즘이다. 그 땐 독서실에서 수능특강이나 끄적이며 ‘우리가 돼지인가요, 등급으로 판단하게.’ 와 같은 글귀에 심취해 감성이나 탔는데, 지금은 상사의 표정과 말 한마디에 애가 타고있다. 교통수단에서 성가시던 아이의 울음도 이제는 부러울 지경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울어제끼는 그 자유로움을 미치도록 갈망한다.

집에 돌아와 문득 세수하다 서러운 하루가 스치면, 메이크업을 지우려 틀었던 수도는 넘치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내느라 꼭지를 닫지 못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위로는 ‘너는 왜 다른 사람들만치 못하니?‘라는 채찍질같아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러면서 역시 내가 나약해빠진건가, 하는 자책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오늘은 별 일 없을거야, 하며 이것저것 챙겨가며 출근해 정신없이 오전 업무를 끝내면 점심시간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 아이스 브레이킹이랍시고 던지는 말이 이따구라면?


“너, 입사때보다 살쪘지?”


이건 절대 예상 못한 카드다.


세상은 왜 이리 무례하며, 이 사람은 왜 이러는가 생각한다. 요즘 안풀리는 흐름이 다 내 탓 같아진다. 무례한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연봉에 도달하지 못한 내 자신이 야속해진다.


그럼에도 퇴근하고 살아간다.

나는 좌절과 굴욕감에도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하며 버티는 사람이 아니다.

작은 한 마디에 상처받고 밥벌이 걱정하며 퇴사를 미루는, 세수하며 울면서 죽도록 출근을 혐오하는 나도 살아간다. 그러니 나와 같은 그대들에게도 소속감과 동질감의 손길을 내어본다.


나도 그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