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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Sep 05. 2023

아버지와 토요일에


  아버지가 영흥도에 가자고 하셨다. 

  -영흥도요? TV에 나왔어요?

  -아니, 그냥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그리하여 아버지, 동생, 나와 남편은 토요일에 모여 대부도를 지나 메추리섬과 쪽박섬이란 표지판을 보며 선재도를 지났고 영흥도에 도달했다. 

  -저 꽃은 뭐냐?

  길가를 따라 쭉 늘어선 어린 가로수를 보며 아버지가 물었다. 

  -배롱나무요. 

  내가 말했다.

  -뭐라고?

  -배롱나무요. 목백일홍이라고도 하고 몸피가 매끄러워서 원숭이 미끄럼나무라고도 해요. 

반쯤은 듣고 반쯤은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얼굴로 아버지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빠!

  -왜?

  -보청기해요. 

  -필요 없다.

  -위험하니까 그러지. 차 소리도 못 들으면 어떡해요. 

  동생이 거들었다. 

  -다 들려. 

  이미 더할 나위 없이 할아버진데 아버지는 마지막 자존심인양 보청기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나이가 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려나. 

  점심을 먹고 드넓은 갯벌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아버지가 아포가토를 맛있게 드시는 동안 엷은 파도와 함께 밀물이 순식간에 갯벌을 메웠다. 잔잔하게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하늘엔 깃털구름이 높게 떠있었다. 

  -아빠는 섬이 왜 좋아요?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동생이 물었다. 

  -바다가 있으니까.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아버지와 함께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영종도, 무의도, 제부도, 영흥도까지 다리로 연결된 섬에 자주 다녔다. 모두 아버지가 가고 싶다고 해서였다. 돌아오는 길엔 시화호 전망대에서 노을을 봤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작은 무지개도 있었다. 사진도 찍었는데 바람에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날려서 제대로 된 사진은 하나도 없다. 어느새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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