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이에요!
광고 업계는 참 좁다.
시작이 비슷하면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다 거기서 거기로 이직한다.
그래서 레퍼런스체크라는 것을 한다.
실력 좋은, 인성 좋은, 검증된 인원을 데려오기 위한
가장 믿을 만한 수단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냥 그런 것은 아니다.
나를 ‘미친놈’이라 규정지었던 단 한 사람 때문에,
유력했던 입사가 무너진 적이 있다.
또 한 번은 내 말 때문에 누군가 뽑혔는데,
그는 그 조직 역사상 최악의 직원이 되기도 했다.
레퍼런스 체크! 이렇게 한 사람의 말이 인생을 좌우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의 기회를 닫아버리고,
또 누군가의 앞길을 열어버린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다.
레퍼런스 체크의 의도는 단순하다.
지원자가 말한 경력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들어보는 것.
서류와 인터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의 모습’을 검증하려는 장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업체를 통해 진행되는 체크는 대부분 무난한 피드백으로 끝난다.
“성실했어요, 무난했어요” 정도.
관계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비공식 경로를 통해 듣는 평가는 더 솔직하지만,
개인감정이 고스란히 개입된다.
좋게 말하면 날것(raw)이고, 나쁘게 말하면 편견이다.
악연이었던 한 사람의 개인적 감정이
“그 사람 미친놈이에요”라는 말로 굳어졌고,
그 말은 나를 문턱에서 밀어냈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순간 그 평가는 사실이자 진실로 작동했다.
반대로 내가 해줬던 체크에서는 나의
“괜찮은 친구예요”라는 평가가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그는 조직을 흔들었고, 내가 한 평가는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관계 때문에 솔직하지 못했던 나의 평가는 곧 나의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은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그만큼 무겁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레퍼런스 체크는 감정과 팩트가 늘 섞여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주관적 시선을 가지고 평가한다.
같은 동료도 누군가에겐 성실한 사람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고집 센 사람일 수 있다.
결국 레퍼첵은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라기보다는
‘관점이 투영된 기록’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직 중인 회사를 상대로 동의 없이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지원자가 지금 회사에서 어떤 평판인지”를 몰래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상도의와 예의를 벗어날 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 관련 법을 위반할 소지도 크다.
레퍼런스 체크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현재 일터를 흔들고,
지원 사실조차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을 노출시키는 것.
그 순간, 레퍼첵은 평가 도구가 아니라 폭로 도구로 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레퍼런스 체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맹신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한 사람의 말이 전부일 수는 없다.
팩트 검증은 필요하지만, 평판은 참고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디까지나 동의와 절차 위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레퍼런스 체크는 진실을 비추는 맑은 거울이 아니다.
누군가의 감정과 관점이 덧칠된 불완전한 거울이다.
그저 괜찮은 인재이길 바라는 안식처일 뿐인 거다.
그 왜곡을 감당하고 해석하는 건, 결국 조직의 몫이다.
그 몫으로 팀원들의, 회사의 분위기가 결정되기도 하고
그 몫으로 흥망성쇠까지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을 들이는 데에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오늘 레퍼체크 연락을 받는다면 바로 대답하지 말고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라고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