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건 참 무서운 것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안 먹은 지 꽤 되었지만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홀짝거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온갖 차 티백을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 캐모마일, 히비스커스, 작두콩차, 옥수수차, 보리차, 페퍼민트….
문득 맹맹한 차를 홀짝이다, 이 습관과 중독의 정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 보다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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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주 행함이 200번이 넘으면 몸에 베인 행동이 되는데 이를 “습(習)”이라 한다. 이런 습이 관성이 되어 하나의 의식적(ritual) 행동을 하게 되면 습관이라 부르는 것이 된다. 습관이 오래되면 “인(瘾)”이 박힌다고들 하는데 , 여기서 인은 매우 심취하여 없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을 말한다. 여기서부터는 한문에 “병들 녁(역)” 자가 붙는데, 이는 병과 관련된 한자릉 표기할 때 쓰는 부수이다. 한마디로 습관이 병이 된단 뜻이다. 그리고 이런 인이 박힌 습관은 또 “벽癖”이라 하는데 이는 굳어져 아주 고치기 어려운 버릇을 말하는 것이다. 이 벽이라는 것은 사람의 의지를 초월하는 것으로 아주 고치기 어렵다.
그리고 벽을 넘어서면 무어냐. 그것은 바로 “치(癡)”이다. “치”는 백치 할 때의 치요, 어리석고 분별없다는 본래 뜻도 있지만 사람이나 물건에 집착이 지나쳐 이성적 판단을 잃을 정도로 매혹된다는 말이다. 대개 이 단어는 사랑의 “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쓰여 “치정”이라는 말로 자주 쓰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치정은 뒤에 무시무시한 살인이라는 말과 함께 “치정살인극”과 같은 드라마 장르로 자주 회자되기도 한다.
습관과 애착의 정도에 따라 습, 인, 벽, 치로 생각해 봤는데, 글쎄 나의 커피에 대한 애정은 “인”이 박힌 습관 정도가 될 것 같다. 지금도 잘 참아내고 입에도 안 댄 걸 보면 ”벽“의 경지는 아닌 것 같고, ”치 “의 경지와도 멀어 보인다. 예전 어느 이야기 책에서 읽었을 때, 중국의 한 서생이 거문고를 너무 사랑해서 거문고의 정령이 나타나 결국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얼마나 거문고에 매혹되었으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싶다. 나는 겨우 커피 애착을 끊어내는데 이지경인데… 치의 경지란 과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또 반대로 내 생에 정에 그토록 매혹된 “치정”의 경지가 있었는지, 또 사랑에 허우적대다 바보가 되는 ”정치(情癡)”의 상태가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런 적도 없고 아마 앞으로 그럴 일도 별로 잉어날 것 같지 않다. 50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카페인 때문에 커피 끊기로 마음을 다잡으면서, 치정의 경지까지 생각해 보다니… 웃음이 피식 나온다.
아무튼 나의 커피 단절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