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중독을 너무 우습게 본 것 아닐까
중독은 무섭다. 중독은 한자로 “中毒”이라 쓰는데 여기서 “중”은 적중하다는 뜻이다. 과녘 가운데를 정확하게 맞췄을 때 명중이라 할 때의 그 “중”이다. 물론 정가운데라는 뜻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어 독음도 가운데를 뜻할 땐 1성으로 읽지만 중독 되었을 때는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가 4성으로 바뀐다. 즉 “독성에 제대로 꽂혔다“의 의미가 될 것이다…. 나는 카페인에 제대로 꽂힌 것 같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습관일 뿐인데?
숨쉬듯 가벼운 이 습관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 카페를 지날 때의 그 고소하고 씁쓸한 향을 나는 미처 외면할 수 없었다. 뭔가 홀짝이고 싶은데 도대체 이 맹맹한 풀 우린 물에는 영 정이 가질 않으니 입맛만 다실 뿐이다.
결국… 따뜻한 코코아를 시켜봤는데 달아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는 아침에 마시면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아침에 마시면 오후에 수전증 걸린 사람마냥 손을 달달 떨다가 잠들어서는 새벽에 홀연히 눈뜨기 일쑤다. 그리고는 동틀 때까지 뜬눈이다. 이건 뭐라 할 수 없다. 그냥 민감한 체질이 세월의 역풍을 맞아 더 심각해진 상황일 뿐. 모든 게 나이탓이고 세월탓이다. 그래도 뭐 적응 해야지.
참느라 힘든 와중에 또 이게 뭐라고 두통이 온다. 금단 증상인가? 좀 참아본다.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거리다 그 다음 날 좀 나았다. 수영 끝나고 수친들과의 티타임은 언제나 풀 우린 물이다. 정말 맛없지만,참아본다.
꼬박 일주일이 되었다.
그래도 라떼를 홀짝거리는 친구들이 마냥 부럽긴 하다. 일주일의 변화는 크진 않다. 그래도 커피 끊고 나서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조는 건 좀 덜해졌다. 그래도 흡연자가 아닌 건 참 다행이다. 커피도 힘든데 담배는 오죽할까 싶다. 건강과 수면을 위해 각종 모임에서 비싸고 맛없는 풀 우린 물만 마시고 있다.
언젠가는 커피를 보고도 무던한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