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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끊기 일지] 1일차

나도 커피를 끊어보련다

by 새벽


나는 유당불내증에 아주 높은 카페인 민감도를 가진 사람이다. 라떼를 마시면 하루 종일 배가 부글거려 편치가 않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종종 손끝이 달달 떨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아주 안달난 사람 모양이다. 때에 따라서 밤에 잠을 설치기도 하는데 어쩌다 주인장의 로스팅에 따라 아주 진한 카페인의 커피를 먹으면 심장 두근거림은 물론이고 밤을 꼴닥 세우기도 한다.


그래도 사교의 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커피이고, 아침의 몽롱함과 오후의 나른함에 문득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바로 이 커피가 아닌가.


잠못 이루는 날들이 거듭되다 보니, 눈은 자주 충혈되고 피로가 계속 쌓이니 몸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무엇보다 커피의 의존도가 높아지니 늘 자나깨나 커피 생각 뿐이다.


사실 오늘 동네 지인들과 만난 카페에서도 커피를 주문하지 않았다. 커피 말고는 마실 것이 없다. 당분이 많은 음료는 속이 거북하고, 디카페인도 카페인이 들어있다. 디카페인 커피를 시킬까 했지만,마시지 않기로 했으면 디카페인이고 뭐고 한 방울도 안마셔야 끊었다고 말 할 수 있으므로, 포기했다.


나는 쑥꽃차를 주문했다. 진한 커피 향 가운데 풋풋하고 향기로운 쑥꽃차는 후각은 자극했으나 미각을 자극하진 못했다. 맹맹하고 풋내나는 풀 우린 물을 홀짝거리는데 참 재미없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오늘은 운동도 했고, 카페인도 안 먹었으니…밤에

꿀잠을 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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