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남자아이돌과 이지 리스닝 곡의 역주행
엔하이픈 <Polaroid Love> 와 트레저 <DARARI>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 산업은 어느새 4세대에 접어들었다. 사실 그 동안의 세월을 무 자르듯이 "어느 팀의 데뷔 부터는 몇 세대다"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고, 이 아이돌 그룹의 세대 분포도(?)에 대해 의견들도 설왕설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근래의 분위기를 보아하면, 남자 아이돌 그룹 팀들의 경우 한국 국내 팬덤의 성장과 더불어 해외 팬덤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즈즈즈(더보이즈, 에이티즈, 스트레이 키즈를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를 중심으로 한 '이 세대의 뉴 보이 그룹들' 을 보통 4세대로 칭한다. 최근 이 4세대 아이돌 팀들 중 이지 리스닝 곡인 앨범 수록곡으로 역주행을 보인 사례들이 있어 흥미롭다.
알고도 빠진 촌스러운 감정의 사랑,
최애를 향한 내 마음일지도?
엔하이픈 <Polaroid Love>
엔하이픈 ENHYPEN <Polaroid Love> Genius 채널의 'OPEN MIC' 영상 캡쳐 먼저, 엔하이픈(ENHYPEN) 의 <Polaroid Love> 가 그 사례. 이 곡은 엔하이픈의 [DIMENSION : ANSWER] 앨범의 10번째 트랙인 수록곡이다. 이 앨범을 발매했을 때의 타이틀 곡은 'Blessed-Cursed' 로 기존의 엔하이픈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강렬한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한 활동이었다.
[DIMENSION : ANSWER] 타이틀 곡 'Blessed-Cursed' 의 뮤직비디오 중 일부 캡쳐Polaroid Love 는 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곡. 사랑에 대한 화자의 고민과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심지어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촌스럽다'고 까지 느끼는 화자 이지만, 화자가 사랑하는 '너'를 마주하면 이 모든 사고는 일시정지 상태가 된다. 귀여운 가사와 편안한 멜로디가 쭉 이어지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몽글몽글한 곡.
이 곡은 틱톡 챌린지와 더불어 트위터 에서 많이 사용 되었는데, 거의 이런식이다. 꼭 엔하이픈의 팬덤이 아니더라도 이 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활용해 자신의 '최애' 의 예쁜 짤들을 모아 영상을 만들고 싶은 타 팬덤이 이 곡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했다.
출처 : Twitter @hyuk_with_u이렇게 트위터 에서 한차례 열풍이 지나가고 나니, 디지털 차트에서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 국내의 가장 큰 음원 순위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멜론' 에서는 일간 차트 100위권 대 진입과 하트 클릭 6만 2천 수를 기록하고 있다. 타이틀 곡인 <Blessed-Cursed> 의 하트 수가 1만여 개인 것을 생각하면 멜론을 사용하는 대중들에게는 <Polaroid Love> 가 상당히 높이 각인된 상태인 것. 이와 더불어서 빌보드의 '핫 트렌드 송즈' 차트에서 15위라는 괄목할만한 순위를 기록한다. 이 역시도 트위터 상에서의 언급 수가 반영된 결과.
잇츠라이브 <Polariod Love> 의 한 장면 캡쳐엔하이픈 측에서는 이 역주행과 더불어 물 들어왔을 때 열심히 노를 저었고, 그 결과로 많은 라이브 비디오들과 self-cam 비디오들 및 비주얼캠 등이 남았다. 라이브로 들었을 때 더 좋은 곡 <Polaroid Love> 의 라이브 비디오들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엠드로메다 잇츠라이브(it's live) : <Polaroid Love> 를 밴드 라이브로!
Genius OPEN MIC : 비주얼 라이브 클립으로 만나는 <Polaroid Love>
기획사에서 준비한 Self-cam <Polaroid Love>
나의 청춘의 뮤즈,
널 보면 떠오르는 멜로디
트레저 <DARARI>
이번엔 틱톡에서 화제가 된 Z세대의 사랑 표현방식, <다라리(DARARI)> 다. 이 곡은 트레저(TREASURE) 의 [THE SECOND STEP : CHAPTER ONE] 앨범의 3번째 트랙인 수록곡.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직진(JIKJIN) 으로, 흔히 오래된 밈으로 사용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랑에 올인한다'는 의미의 그 '직진' 을 표현한 곡이다.
트레저의 소속 레이블 YG 가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힙합의 색깔과 다크한 톤이 강하게 묻어나는 곡으로, 전작이었던 'MY TREASURE'와는 정반대의 이미지와 컨셉의 곡이었다.
다라리(DARARI) 는 이 '직진(JIKJIN)' 과는 또 다른 컨셉의 곡인데, 일단은 제목에서 곡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묘하다. 어쿠스틱한 곡인지, 아니면 오히려 통통튀는 EDM 성향의 곡 일지, 대체 '다라리' 란 무슨 뜻인지.. 곡을 들어 보고 나서야 그 의문이 풀린다. 너를 보면 흥얼거리게 되는 사랑의 멜로디를 '다라리' 라는 트레저만의 신조어로 표현했다.
특히 이 곡은 멤버 방예담이 작곡에 참여, 멤버들 중 꾸준히 곡작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랩퍼라인 최현석, 요시, 하루토가 작사에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이 나이대의 사람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가삿말로 사랑을 노래한다. Since seventeen 부터 널 지켜봐 온 어떤 화자가 긴 머리 소녀에게 갖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주된 포인트.
출처 : 아이키 틱톡(@aiki_kr)그리고, 별안간 틱톡에서 나름의 안무(?)와 특유의 필터가 장착된 채로 많은 이들의 계정에 다라리 챌린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많은 틱톡 유저들을 비롯한 유명 셀럽들도 함께 이 챌린지와 함께 하게 되었고, 역시 디지털 차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룹 발매 곡 자체 최고 순위로 100위권 대에 안착하는 결과를 가지게 되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취소 되었지만) YG 에서는 트레저의 직진 다음 활동곡으로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게 된다.
다라리(DARARI) REMIX PERFORMANCE VIDEO결국 후속곡 활동을 이어 가지는 않았지만, 원곡의 분위기와는 다른 락 풍의 리믹스 버전이 출시된 것도 이 곡의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 기획사에서 제작한 영상들 외에 타 채널에 출연한 엔하이픈 쪽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노젓기 였지만, 다라리(DARARI) 를 감상할 수 있는 링크는 아래와 같다.
다라리(DARARI) REMIX PERFORMANCE VIDEO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대대로 얘기되어 온 고정관념은 걸그룹은 대중, 보이그룹은 팬덤이라는 기조다. 하지만, 3세대를 거쳐 4세대에 접어 들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은 정말로 고정관념에 불과한 시대가 오고 있다. 팬덤형의 걸그룹도, 대중들의 선택을 받는 곡을 발매하는 보이그룹도 앞으로는 더욱 활발해지지 않을 지. 이런 움직임의 하나로 포착된 두 팀의 앞으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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