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그리 바삐 가길래, 마음이 급하니
아무것도 안해도 바쁜 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 나는 열심히 사는 나 자신에게 취해있었다. 딱히 손을 움직이고 발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닌데 그냥 내 속 안에서 바삐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이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해주는것만 같았다. 그 기분은 술처럼 취기가 돌았고, 중독성이 강했다. 휴대폰으로 쇼츠를 보고 있는데도 힘들다니, 말이 안되지 않은가.
아마 내 몸안의 교감 신경계가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였었을 것이다. 흥분과 조증 어디즈음에 걸친 기분은 인생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충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마약같은 것이었기에.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보면 분명 바쁘게 산 거 같은데 별로 한 게 없다. 거기서 오는 허망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딱히 누군가를 원망할 생각은 없는 게 당연하고, 나 자신을 원망할 생각도 없다. 어쨋거나 취한 건 나니까, 라는 생각이다. 갑자기 글을 쓰다 보니 한우가 먹고싶다. 허망함을 달래기 위한 식욕의 증진인가?
꼭 바쁘게 힘들게 산다고 해서 잘 살고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머리속에 생각이 5억 3천 2백 12개 있다고 해서 무언가를 한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바쁘다고해서 잘 살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그런 기분이 될 뿐이다.
실제로 무언가를 하면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다. 바쁘기는 하겠지만 몸이 움직이니 마음이 바쁠 여유가 없다. 주변에서도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이 빨리 가서 좋다고 한다. 마음이 바쁜게 아닌, 몸이 바쁜 경우가 마음의 여유가 있을 거 같다.
열심히 사는 건 미덕이지만, 그것에 취하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깨달았다고 해서 삶에 적용이 안되면 마음만 바쁜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 좀 붙이고 명상 좀 하고 난 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