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되기 싫다

뭐라도 하고 싶다

by 아메바

대학교 4학년. 사실 3학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냥 하루하루가 자신감 넘쳤고 그게 내가 특별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4학년이 되니 현실을 보지 않으려 해도 숫자로 나타났다. 그저 특별한 줄만 알았던 나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학점을 가지고 있고 해낸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평균 이하의 사람이었다. 그런 현실을 처음으로 마주 보았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은 내가 감히 견딜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널리고 널린 사람들보다 못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마음이 많이 꺾였다. '아니 뭐 이런 걸로 마음이 꺾이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나 자신도 내가 이런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게 좌절스러웠다. '내가 이렇게 못났나?' '내가 이렇게 나약했나?'.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침대 위에서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나날들이 많아지고 잠을 미친 듯이 자게 되었다. 뭐라도 하려고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침대 위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무기력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쉬었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기력한 나날들이 연속되던 와중에 화제가 된 '쉬었음' 인구에 관한 다큐. 그 다큐에서 두려움을 느낀 이들은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보는 와중 든 생각은 '그들 또한 열심히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다. 그 누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살겠는가. 가혹한 현실이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살아남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눈을 낮추자니 현실의 기준은 낮춘 눈높이에 맞추어 따라오지 않는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내 삶은 변할 것 같지 않다. 그런 매일을 살아가는 마음은 얼마나 좌절스러울까.


특히 이 시점에서 되게 많이 자존감이 깎이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해온 것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 시점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만 생각이 난다. 내가 포기한 것, 잘하지 못한 것들. 성취란 성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내 삶은 지옥 구렁텅이에 빠져 더 이상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그 현실에서 벗어날 기력조차 나지 않는다. 무기력은 나를 끌어당기고 지옥이 편하다고 계속 일컫는다. 행복하지도 무언가를 하지도 않은 채 시간만이 지나간다. 이게 현실일까.


'쉬었음'이 되고 싶지 않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게끔 되고 싶다. 아직 침대 위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어렵지만 그래도 힘내보고 싶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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