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어

어린 날, 언제나 가기 싫었던 학교

by 아메바

학교가 싫었다


어릴 적부터 학교가 가기 싫었다. 왜일까, 학교를 안 가면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꾀병을 부려 학교를 쉬게 된 날은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학교에 가면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공부도 어려웠고 친구들도 어려웠다. 아마 그때부터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학교 기피증? 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조금 철이 든 덕일까, 학교를 가는 걸 조금 편안하게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학교가 너무 싫었는데 점점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에 가서는 꽤나 즐겁게 보냈고, 해외에서 보낸 학교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잘 보내지는 못했다. 어릴 적 숙제가 어려운 게 엄마 탓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 탓일까, 공부에는 죽을쒓다. 아무리 해도 해도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거 같지 않았고 흥미는 아예 없었다. 학생이 공부라도 잘해야지 뭐 해 먹고살래 라는 말을 들어도 충분했는데, 어린 나는 미래에 내가 어찌 될지 신경도 안 썼나 보다.


공부를 안 하니 성적은 좋지 않았다. 물론 과락은 면할 정도의 실력이었으나 잘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 있지 않은가, 반에서 주변인인데 공부도 별로 못하는 친구. 내가 딱 그 포지션이었다. 잘 놀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도 않는 포지션. 주변인. 나는 이렇게 삶을 냉소하게 사는 관점이 가장 불행하게 인생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나는 아직도 내 삶에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다.


중학생 즈음부터 정신병이 도졌다. 아니 중학생 이전부터일까. 머릿속이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래서 더 학교에 가기 싫었고 공부가 어려웠다. 무엇만 하면 머릿속에서 딴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ADHD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사회에 잘 녹아들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즈음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안 그래도 비관적인데, 더 비관적으로 되었다.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린 날을 잘 보낸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어서도 잘 보낼 가능성이 높다. 옛 말 틀린 게 없다고 3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 나는 학교에 가기 싫은 사람이었고 공부하기 싫은 사람이었다. 그 나이대에 당연하게 할 일들을 못해낸 나는 지금 내 나이대에 할 일을 못해내고 있다. 스스로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렇게 살아온 자신을 탓한들 바뀌는 게 없다.


아쉽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학창 시절이었다.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공부가 가장 값지고 쉬운 노력이었으며 공부만 잘해도 이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를 다니면서 하는 공부는 노력의 기초 체력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에. 아무 노력도 안 한 나는 인간실격의 나온 주인공처럼 그저 한량처럼 하루를 보낼 뿐이다. 인간실격의 후기에는 '아무런 노력도 안 한 인생 패배자가 쓴 글'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인간실격의 주인공처럼 나 또한 아무런 노력도 안 하고 그저 흘러가듯 살고 있다. 이런 내가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패배자의 넋두리일 뿐이다.


스스로에게 가혹한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열심히 여기까지 살아왔으니 뭐라도 한 게 아니야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만족이 안된다. 그 말로는 충분치 않은 나 스스로를 탓하는 내가 있다.


학교에 잘 갈걸 그랬다. 아쉽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오늘을 잘 살아야지. 내일도 잘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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