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0

에필로그

by 여섯
늘 별로라고 생각하면서 공항 라운지는 왜 자꾸만 가고 싶은 걸까.


0. 명절을 서울에서, 그리고 집에서 보낸다는 것은 모두 축복이라 말하지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괜스레 가족이나 지난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도 기분도 별로다.

1. 텅 빈 서울은 특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정말 그뿐이다. 잠시라도 멀어지면 좋다. 연휴에 편승하여 어디론가 떠난 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다만 연휴에는 늘 티켓이 없어 문제이기는 하다. 조금 서두르면 낫다고 하는데 매번 서두를걸 하며 후회하지만, 막상 예매에 적합한 그때에는 전혀 생각도 나지 않으니 말이다

2. 원래 방콕이나 발리에 가려고 했다. 아니면 일본 어느 도시. 편하게 가서 편하게 지내고 서울의 긴 겨울 중 몸을 녹이고 싶어서. 평소보다 딱 두배가 비싼 가격이었다. 괌이나 하와이는 정말 너무나 비싼 항공료와 숙박료가 필요했고 말이다. 돈은 크게 상관없었지만 (거짓말일까).. 그게 얼마건 평소보다 비싼 금액을 지불하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자꾸만 목적지를 바꿔보았다. 실은 어디든 좋으니까

3. 궁금했다. 파리.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모르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 여전히 비슷한 도시로 런던이나 뉴욕이 남아있긴 하지만..) 웬만하여서는 잘 찾지 않는 파리의 겨울이었다. 복잡한 코드셰어와 경유가 있기는 했지만 시간대도 훌륭했고 출발은 직항. 가격은 정말 저렴했다.

4. 그렇게 음력 설을 파리에서 보낼 수 있었다. 특별한 준비도 없었고 계획은 정말 어떻게 짜야할지 막막했지만, 뭐 구글맵에 멋져 보이는 가게들과 좋아하는 브랜드 샵을 줄줄이 추가해 놓으니 괜히 마음이 든든하고 그랬다. (가는 비행기에서 여행책 보면서 짜려고 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5. 출발 두어 달 전에 티켓을 예약했고 그동안 평소라면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할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독 일주일간의 파리 여행 뒤로 모든 일을 미루었고, 그것으로 모자라서 일상을 하찮게 여겼다.

6. 그리고 그 날이 왔다. 파리. 파리.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