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9

안녕 에펠!

by 여섯

0. 이 글은 두 번째 쓰는 글. 한번 작성하다가 쫙- 다 날려먹었다 바보같이. 흑흑흑.. 오늘 밤인 마지막이라니 더 간절했던 파리. 이제 시작한다.


1. 이제 시차적응이 된 건지 느지막이 일어나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다. 나는 인상파 작가들 중 모네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릴 적 집에 있던 모네의 정원? 같은 제목을 가진 책 때문이다. 책 속 그림들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엄마를 졸라서 인상파 화가들의 어린이용 그림책을 몇 권이나 더 샀던 것 같다. (아마 이 영향으로 나는 초등학생 때 동생과 함께 미술과외를 받았고.. 물론 그 이후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평범한 문과생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작가의 진품이니까. 기대가 남달랐다. 오랑주리는 모네를 위한 미술관이라는 평도 참 많았으니 말이다.


2. 아침을 거르고 어둑한 하늘을 뚫고 미술관 입구에 도착. 지난 오르세 방문 때 구입한 패스로 한 번에 입장할 수 있었다. 다른 미술관보다 줄이 길었는데. 이는 일요일이어서 딱히 갈 곳이 없는 날이어서 인가 싶기도 하고...


3. 사진 촬영 금지인 곳도 꽤 있어서.. 내부에서는 아예 사진을 찍지 않았다.


여행 내내 개장타임에 맞춰서 방문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줄을 봤다


4. 오르세에서 미국 공공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맞나; 아닐 수도) 현지인들이 무척 많았고 덩달아 관람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그랜트 우드, 마스던 하틀리, 조지아 오키프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 사실주의 기반 작품들이었는데 이 정도면 행운에 가까웠다. 미국에 방문하지 않고서야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작품들이니 말이다. 그랜트 우드 작품 실제로 보고 단번에 팬이 되었다. 엄청나다 정말.



사진 촬영 금지 ㅠㅠ


5. 잘 감상하고 배가 고파서 나왔다. 안개가 많이 낀 일요일


에펠 안녕? 잘 안보인다 야


6. Marcel 방문하고 싶었으나. 예약으로 가득했고 기다리려면 오후 3시쯤이나 돼야 한데서 근처에 봐 둔 coutume에 갔다. 약국? 실험실 콘셉트의 자연주의 표방 미국/호주 느낌의 카페 겸 비스트로. 붐볐지만 어찌어찌 합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장소 첨부하려고 구글에 검색하다 보니 Tokyo Aoyama에도 있다!.. 엄청난 곳이구만)


coutume


플랫화이트 양 많이.. (양이 왜이리 많지)


버섯이랑 풀.. 그리고 치즈로 찬 오늘의 점심..


7. 멋진 카페지만.. 난 아무래도 자연주의 식단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분위기나 커피는 물론이고 맛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흐.. 배가 고팠습니다.. 수다 좀 떨다가 나와보니 딱히 할 것도 없고.. 파리에 왔는데 에펠탑도 안 가볼 수 없으니.. 택시 타고 과감하게 이동.


안녕? ㅎ


8. 에펠탑 아래에는 테러 때문에 경찰과 검문이 삼엄했고, 사진 많이 많이 찍고 싶었으나.. 추위가 문제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폰이 문제였다. 배터리가 분명히 충분한데 자꾸 꺼지더니 고라파덕을 잡다가 완전히 꺼져서 ㅠㅠ 에펠탑에서 사진 몇 장 제대로 건지지 못했네..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아이폰이 꺼졌고 보조 배터리도 모두 방전 상태여서 급히 숙소로 이동했다. (아이폰을 살려야지 아이폰!!)


에펠탑 앞에는 고라파덕이 거주합니다. 이 고라파덕 잡고 내 아이폰 기절


9. 숙소 가는 지하철에서 기적적으로 아이폰이 재부팅되는 거 아닌가.. (좀 따뜻하면 켜진다는 것을 이때 알았다).. 그래서 부실한 점심을 채워보고자 근처에 봐 둔 버거집에 갔다. 엄청난 버거와 맥주 한잔 크.. 이 곳은 추천한다. 감자튀김은 물론 케첩까지 특별하다. (딸기잼을 혼합한 것 같기는 한데...)


big fernand



빵과 패티, 야채까지 모두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지만 우리는 추천 메뉴로..


10. 숙소 들어갔다가는 마레 지구에 갔다. 세인트 제임스와 아머 럭스에서 줄무늬 티셔츠 쇼핑을 실패하고(읔 사이즈) 그리고 저녁을 먹으려고 벼르던 레스토랑 A안, B안, C안에 모두 실패하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에? 맥주를 한 잔 했다. 분명 나는 M사이즈(550ml) 시켰는데.. L사이즈 나왔다.. (900ml) 무겁지만 잘 마셨다. 맛은 기본이다 기본.


나중에 찾아보니 벨기에 맥주.. 맛있어!


11. 그래도 저녁 먹었다. 와인은 기본, IPA는 당연. 스테이크는 질리지도 않는다. 테이블 겨우 하나 남은 것 겨우겨우 앉았다. 계획에도 없었던 가게이고, 구글맵과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크로스체크. 마지막 밤이니 만큼 앵거스 비프로 포식. 가성비는 물론 와인 리스트도 훌륭하다. 이번 여행에서 먹었던 스테이크 중 가장 괜찮았던 것 같다. (사실 취해서 잘 기억 안 남)


l'aller retour


피노만 줄창 먹었다. 피노 소원풀이
이게 정말 빛깔이 멋지고, 구성은 뛰어나 플레이트였는데 이렇게 찍다니..
IPA는 실패였다. 좀 가벼운 스타일



12. 잔뜩 마시기도 했지만 약간 취한 채로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어떤 청년이 뛰어오더니 담배를 달라는 거 아닌가. 동양 사람이 만만한가.. 생각하던 차에.. (그동안 담배 달라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 곧 여자 친구한테 결별을 통보할 거란다. 반쯤 의심했지만 그냥 한 대 쥐어줬다. 예의상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휙 사라졌다. 뭐 서울을 알기나 할까 싶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거하게 취해선 우버를 불러 타고 호텔로 향했다. 내일이면 귀국해야 한다는 사실이 좀 아쉽기도 해서 좀 더 놀까 했지만.. 오전에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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