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주정 부리기
0. 실은 그날의 여행 일정이 마레에서 끝나지 않았고.. 마레에 이어 백화점 쇼핑 투어까지.. 매우 지쳐있는 상태긴 했다.. 발바닥이 짜릿한 게.. 탐욕의 행군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거 아닐까. 하지만 토요일 밤이었고, 오늘 밤에는 좀 근사하게 놀고 싶은 마음에 어디 갈지는 모두 다 정해두었다. (물론, 이 역시 탐욕의 행군 2.. 욕심만 가득)
1. 요즘 현지에서 핫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기에 벼르고 있었다. (또 프렌치 먹습니다 ㅜㅠ 질린다더니) 언어의 장벽에 막혀 예약은 엄두도 못 냈고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슬슬 걸어 나갔다. 조심스레 테이블이 있는지 물어봤고, 바에서 한 잔 하고 있으면 테이블이 난다고 해서 신나게 한 잔. 맥주 마시며 술 메뉴판을 열심히 살피니 바텐더가 와인과 맥주도 마구 추천해주었다. 덕분에 먼저 두 잔이나 마시고 시작. 이 곳은 이 순간부터 마음에 엄청 들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였고...
2. 역시나 또! 영문 메뉴판이 없었다. 하지만 또! 친절한 직원이 옆에서 메뉴 하나하나 읊어주며 설명해주심.. (누가 파리지엥은 무뚝뚝하다고 했나..) 고맙게도 두 가지의 훌륭한 메뉴와 멋진 와인을 마실수 있었다. 매번 프렌치와 와인으로 멋지고 로맨틱한 밤을 보냇 지만 이 날은 더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창 밖으로 거리를 바라보며 가벼운 이야기부터 먼 미래 이야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함께 마신 술 때문에 정확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즐겁고 애틋한 이야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3. 맥주 두 잔, 와인 한 잔 그리고 한 병 격파 후. 또 벼르던 2차 장소로 향했다. 우버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잘 오지도 않고 술도 꽤 올라서인지 무작정 걸었다. 분명 저녁을 먹으러 갈 때에는 한산했는데.. 역시나 파리의 밤도 활활 불타오른다. 몇몇 블로그에서는 파리의 밤거리가 무섭다고 표현되어 있었는데 남자라서인지 취기가 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히 위협을 느끼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4. 구글이나 트립어드바이저 리뷰가 꽤 좋았는데, 가보니 기대와는 달랐다. 그래도 쿵-쾅 거리는 음악에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흥이 절로 나게 만들었고.. 사진과는 다르게 사람으로 가득 차서 술 한 잔 먹기 참으로 고된 느낌.. 바텐더는 취한 건지.. 흥이 많은 건지.. 대충 훌렁훌렁 넣고 술잔을 내민다.
5. 너무 시끄럽기도 했고.. 심지어 노래는 10년 전 홍대 NB가 떠오르는... 자리도 없어서 후딱 다음 장소로 옮겼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고 혹시 자리가 없을까 걱정. 닫았을까 걱정. 걱정으로 가득 채우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다행히 자리도 있었고 꽤 훌륭했다. 낮에는 비스트로 밤에는 바로 변신하는데 시간 여유만 된다면 한번 더 와보고 싶었다. 시그니쳐 칵테일을 먹었는데 이름이 잘.. 흐흑..
6. 이미 꽤 취하기도 했고, 다음 날 이 곳에서 뭘 마셨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우버를 불러서 귀가했고 한국인다운 주정은 없었던 것 같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유럽에서는 일찍 끝난다던 밤이 새벽 두세 시까지 활활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