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8

파리에서 주정 부리기

by 여섯


0. 실은 그날의 여행 일정이 마레에서 끝나지 않았고.. 마레에 이어 백화점 쇼핑 투어까지.. 매우 지쳐있는 상태긴 했다.. 발바닥이 짜릿한 게.. 탐욕의 행군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거 아닐까. 하지만 토요일 밤이었고, 오늘 밤에는 좀 근사하게 놀고 싶은 마음에 어디 갈지는 모두 다 정해두었다. (물론, 이 역시 탐욕의 행군 2.. 욕심만 가득)



레스토랑으로 가는 거리. 사람도 차도 별로 없어 보이지만 모두 가게에 들어가있다는 사실


1. 요즘 현지에서 핫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기에 벼르고 있었다. (또 프렌치 먹습니다 ㅜㅠ 질린다더니) 언어의 장벽에 막혀 예약은 엄두도 못 냈고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슬슬 걸어 나갔다. 조심스레 테이블이 있는지 물어봤고, 바에서 한 잔 하고 있으면 테이블이 난다고 해서 신나게 한 잔. 맥주 마시며 술 메뉴판을 열심히 살피니 바텐더가 와인과 맥주도 마구 추천해주었다. 덕분에 먼저 두 잔이나 마시고 시작. 이 곳은 이 순간부터 마음에 엄청 들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였고...


Le Richer


LA MARISE 라는 맥주. 청량감이 끝내준다.


2. 역시나 또! 영문 메뉴판이 없었다. 하지만 또! 친절한 직원이 옆에서 메뉴 하나하나 읊어주며 설명해주심.. (누가 파리지엥은 무뚝뚝하다고 했나..) 고맙게도 두 가지의 훌륭한 메뉴와 멋진 와인을 마실수 있었다. 매번 프렌치와 와인으로 멋지고 로맨틱한 밤을 보냇 지만 이 날은 더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창 밖으로 거리를 바라보며 가벼운 이야기부터 먼 미래 이야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함께 마신 술 때문에 정확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즐겁고 애틋한 이야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퓌레 가운데엔 수란이 있다.


오리 스테이크. 꽤 괜찮았다.


이 날 와인도 성.공.적


3. 맥주 두 잔, 와인 한 잔 그리고 한 병 격파 후. 또 벼르던 2차 장소로 향했다. 우버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잘 오지도 않고 술도 꽤 올라서인지 무작정 걸었다. 분명 저녁을 먹으러 갈 때에는 한산했는데.. 역시나 파리의 밤도 활활 불타오른다. 몇몇 블로그에서는 파리의 밤거리가 무섭다고 표현되어 있었는데 남자라서인지 취기가 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히 위협을 느끼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자리가 없으면 밖에서 서서 마신다 대충 마시고 잔은 버리거나 반납


4. 구글이나 트립어드바이저 리뷰가 꽤 좋았는데, 가보니 기대와는 달랐다. 그래도 쿵-쾅 거리는 음악에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흥이 절로 나게 만들었고.. 사진과는 다르게 사람으로 가득 차서 술 한 잔 먹기 참으로 고된 느낌.. 바텐더는 취한 건지.. 흥이 많은 건지.. 대충 훌렁훌렁 넣고 술잔을 내민다.


Sydicat Cocktail BAR


플라스크를 활용해 쇼맨쉽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근간은 대충이다.. 대충..
두 잔 나왔습니다 손님
이거.. 왜 .. 찍었..지?


5. 너무 시끄럽기도 했고.. 심지어 노래는 10년 전 홍대 NB가 떠오르는... 자리도 없어서 후딱 다음 장소로 옮겼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고 혹시 자리가 없을까 걱정. 닫았을까 걱정. 걱정으로 가득 채우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다행히 자리도 있었고 꽤 훌륭했다. 낮에는 비스트로 밤에는 바로 변신하는데 시간 여유만 된다면 한번 더 와보고 싶었다. 시그니쳐 칵테일을 먹었는데 이름이 잘.. 흐흑..


Copperbay



바텐더 꽤 믿음직. 정신은 온전해보여서 다행


진 베이스에 꽤 맛있었는데.. 이름이..


사워류 였고.. 이름이.. 읔..


6. 이미 꽤 취하기도 했고, 다음 날 이 곳에서 뭘 마셨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우버를 불러서 귀가했고 한국인다운 주정은 없었던 것 같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유럽에서는 일찍 끝난다던 밤이 새벽 두세 시까지 활활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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