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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섯 Jul 23. 2017

근황

5월부터 7월까지

0.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나하나 조금씩만 남겨봐야지.


1. 일이 바뀌었다. 이전 팀에서 이동을 (드디어) 했다. 마지막까지 치사하게 굴기는 했지만. 상황과 결정도 이해해보려 노력한다. 근 2년간 나를 품어준 그곳과 나를 성장시켜준 프로덕. 좋은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거나 내 템포와 속도로 일하는 환경들. 모두 그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자리를 정리하던 시점에 나는 무료했다. 약간의 지각으로 시작해서 칼 퇴근. 퇴근 후 삶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재미는 별로 없었다. 불평하진 않았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비전과 방향 아래에 서 있었고, 스몰그룹을 만들어서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손가락질당하지 않기 위해 책임만을 다했고 열정은 집에서 가져오지도 않았다. 모두들 나와 비슷해 보였다. 적당히. 적당히. 그 분위기가 힘들었다. 


2. 새로운 팀으로 왔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상황에 적응하기. 다른 것 말고 일에만 집중해보기. 업무량은 이전에 비해 4~5배 정도 늘어났고 힘들지만 (아직은) 재미도 있고 마치 성장하는 느낌도 아주 조금. 스스로 일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아주 많이) 나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져서 지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조금 버텨봐야지. 사람도 일도 모든 것에 서툴고 어렵다. 


3. 아이코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샀다 드디어. 좋다 정말로. 그 전에는 전자담배라는 아이템에 동의가 되지 않았다. 불도 맛도 없고 그저 니코틴. 연기. 둔탁해 보이는 배터리와 많기만 한 수증기 뭐하나 맘에 드는 부분이 없었다. (물론 juul처럼 내 마음을 잠시 흔든 제품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아이코스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들었다. 궁금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좋은 건 한국에 안 나오네 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발매. 구입하기 번거로웠는데 역시 번거로운 구매는 구매욕을 자극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영등포 일렉트로 마트까지 가서 (주차하는데만 40분 걸림) 구입. 아마 이대로 가면 올해 가장 잘 산 물건 1위쯤 하지 않을까? 만족도가 무척 크다. 연기나 냄새에서 자유로워졌고 맛도 좋다. 벌써 연초를 피우지 않은지 3개월 정도 되었다.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것을 보니 내게서 연초 피는 시대는 끝인 것 같다.


5. 시발 비용. 요즘 야근이 잦아서 이것저것 많이 산다... 주로 시즌오프 한 아우터나 자수가 이것저것 그려진 반바지들. 티도 안나는 감성 티셔츠들. 고삐 풀린 쇼핑이 어떤 말인지 체감했다.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기 보다는 '구매하는'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택배 내성이 생겨서 이도 딱히 설레진 않고.. 대충 뜯어보고 구석에 두기.


6. 좋아하는 음악. 언니네 이발관의 그토록 기다려왔던 새 앨범은 2주도 듣지 못하고 질려버렸다. (너무나 미운 나) 조휴일의 신보는 아직도 간간히 듣는 중. 요즘은 비 타령하는 헤이즈도 많이 듣고, 그대를 입에 달고 사는 지은이도 자주 듣는 걸 보니 아재가 된 것이 확실하다. 뿅뿅거리는 전자 음악계에서는 mama, blonde, cleavage, gramercy. 아 맞다 marc E bassy. 


7. 소원.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에 다녀왔고, 이치에도 드디어 방문. 왕좌의 게임 1화와 덩케르크도 얼른 챙겨봤고, 발리행 비행기 티켓도 샀다. 아 연봉이랑 내 차는 그대로다. 


8. 테니스. 주말에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3개월째. 아직 포핸드만 치는데 발전은 더디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다.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아서 레슨 20분 하면 땀에 흠뻑 젖는 것이 신기할 뿐. (얼른 잘 치고 싶다!) 레슨의 성지 올림픽 공원 실내 테니스장에 레슨 예약을 걸어두었는데 (대기가 많아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얼른 옮기고 싶다.. 지금 코치가 무색무취 기도 하지만.. 레슨 시간도 좀 늘리고 싶다. 더 많이! 요즘 가장 흥미로워하는 일이 있다면 테니스다. 웜블던과 프랑스 오픈도 보고... 나도 드디어 취미라고 부를만한 취미가 생긴 것 같다(두근). 물론 최신 유행 라켓도 사고. 바지도 티셔츠도 난 머리가 기니까 테니스 모자도 샀다. 손목 아파서 아대도 샀다. 반바지 주로 입어서 양말도 샀다. (맨날 사기만 하는 듯;) 


9. 피곤하지만 걱정 없이 살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집, 건강(쓰고 보니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가족, 돈, 회사 아니 뭐 하나 특별하게 걱정되는 것은 없다. 안정되었고 여유로운 느낌. 요즘 계속 야근하고 자정에 집에 돌아오긴 하지만 이건 피곤함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먹고 싶은, 사고 싶은 것들을 향유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10. 적금 가입했다. (인생 처음) 


11. 체크카드 써보기. (10년만)


12. 비행기 마일리지는 10만이 넘었고, 휴가는 13일이나 남았다. 그래도 올해는 일에 좀 더 집중해야지. 


13. 블로그도 성실하게 쓸 수 있게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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