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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Oct 26. 2021

취미가 독서인데 뭐가 더 필요한가요

브런치가 좋은 이유


"취미가 뭐예요?"

"책 읽는 거 좋아해요!"


성인이 된 후 책의 재미를 새롭게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마침 취미를 이야기할 일이 생겼고, 이에 나는 설렘을 담은 느낌표를 붙여 독서라고 대답했다.


"아~ 독서 말고 또 다른 건 없어요?"

"음.."


독서라는 대답에 이 사람은 특별한 취미가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듯한 상대의 표정이 보였다. 자기소개서에 취미를 독서라고 적으면, 쓸만한 취미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취미가 독서라는 대답을 하면 할수록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졌다. 이 순간에도 따끈따끈하게 태어난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으며, 거슬러올라가 고전부터 시작하면 평생을 책에 파묻혀도 모자란데 또 다른 취미를 묻다니.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독서(讀書)'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취미인 걸 알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브런치가 참 좋다. 






중학생쯤이었나 어떤 교육 출판사에서 만든 삼국지 20여 권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초선의 그림체가 참 예뻤고, 장비와 관우의 죽음이 너무 슬펐던. 책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아하는 기억이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는 소위 학교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는 나이를 거치면서 수험서가 아닌 책과는 냉각기를 가졌다. 장거리 커플이 헤어지는 흔한 이유와 같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수험생 시절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는 것마저 사치처럼 느껴졌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책을 떠나보낸 지 수년이 흘렀고, 반오십에 드디어 밥벌이를 시작했다. 회사에 적응하고 일을 배우는 시기에는 책과의 재결합을 꿈도 꾸지 못했다. 업무에 시달리고 겨우 퇴근하고 나면 책보다 좀 더 자극적인 놀잇감을 먼저 찾게 됐다. 책과 데면데면한 지 오래되다 보니 첫 장을 넘기는 시작이 참 어려웠다.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꼈다. 그렇게 또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직을 하고 자유로운 시간이 비교적 많아지면서 동네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도보권이었으면  자주 다녔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덕분에 굴하지 않고 수권의 책을 들고 다녔던 나의 의지돋보이는 듯하여 자랑스러웠다. 나는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를 참 좋아했다. 세상 고요한 공간이지만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시끄러워졌다. 번뇌로 인한  시끄러움은 아니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치열하게 활자를 흡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항상 자극을 받았고, 그에 지지 않겠다는 나의 소리 없는 외침이 데시벨을 높였던 것이었다.


이제는 이북리더기를 사서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샀는데 왜 진작 사지 않았을까 아쉬울 정도로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휴대폰만큼 가벼운 리더기에 방대한 활자를 담을 수 있게 해 준 현대 기술과 산업의 발전에 감사를 전한다.


지금까지 읽은 책보다 앞으로 읽을 책이 더 많다는 사실은 내게 짜릿한 기분을 선사한다. 책과 대화하는 재미를 깨닫게 된 것에 감사하며, 그 쾌락을 평생 가지고 가겠다고 다짐해본다. 언젠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책을 직접 집필하겠다는 목표 또한 여전히 변함없다. 책을 사랑하고, 자기만의 책을 만드는 브런치의 모든 작가님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책을 읽지 않으면 인품을 닦을 수 없다. 연봉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논리적 사고에 능숙하다. 독서는 이러한 논리적 사고를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독서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책 이외의 정보에도 적극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결국 인간으로서 사고의 폭이 급속히 넓어지며 인품도 고상해진다.

- 스가와라 게이, <부자들이 죽어도 지키는 사소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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