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의 미래

[인터뷰] Xibit의 작 선생

- 팩토리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

by 일이삼팩토리
스크린샷 2020-10-05 16.39.34.png 오늘의 주인공 Xibit

멀리서라도 한번 바라볼 수만 있다면,

내가 가상현실에 관심의 갖게 된 것은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한번 먼발치에서 한번 지켜보기라도 했으면', 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베를린에서 처음 연극을 배울 때, 미하일 체홉(Michael Chekhov)이라는 러시아 출신의 배우에 대한 연기론을 배우게 되었는데, 체홉의 연기를 묘사하는 선생님은 그의 연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체홉의 연기를 보는 사람들은 분명 체홉이라는 배우의 연기에 압도되었다기 보다는, 배우가 만들어 낸 분위기에 압도 되었다. 관객들은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고, 배우가 만든 분위기에 모두 흠뻑 빠져 들었다 나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스크린샷 2020-10-05 05.55.12.png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학교 홈페이지 대문에 이 사진이 남아 있다. 내가 베를린에서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는 이 학교에서 체홉의 연기론을 배운 것이다. ©mtsb.de

하지만 나의 의문은 늘 그것이었다. '직접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체홉에게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고, 그 제자들은 체홉의 연기와 수업을 열심히 기록하였다. 그래서 그의 연기론은 입에서 입으로, 노트에서 노트로 전해졌지만, 늘 아쉬운 것은 '그의 연기를 한번이라도 직접 볼 수 있다면, 더 잘 느끼고 배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의 영상은 남아 있다. 1945년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펠바운드(Spellbound)에서 미하일 체홉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화질 나쁜 그 영상이 아니고요. 체홉님 와서 직접 연기 시연 부탁한다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Yl7PeSy1cYU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ixed Reality)?!


뜬금없이 옛 이야기를 꺼냈던 이유는, 10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이제는 어쩌면 가능한 기술 수준에 도달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올 해 초 MBC에서 제작한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유튜브 공개 후 약 2천2백만회의 조회수, 약 4만 9천여 개의 댓글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냈다. 갑작스러운 혈액암 판정으로 7살의 어린 딸을 세상을 떠나 보내야 했던 엄마는 VR기술을 통해 재현된 딸과 잠시 만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flTK8c4w0c

이 영상을 보고 난 후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만나지 못했던 북쪽의 이산가족을 만나게 되고, 코로나로 대면할 수 없는 먼 곳의 가족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관건은 시간과 비용이다.


실제로 베를린에는 VR안경을 끼고, 통일 전 동독을 여행해 볼 수 있는 Timeride라는 관광 상품이 개발되었다. 동독의 모습은 책이나 사진으로 많이 봐 왔지만, VR로 체험했을 때의 느낌은 어떨지 너무 궁금해서 오픈하자마자, 체크포인트 찰리 근처에 있는 그곳을 방문하였다.

https://timeride.de/en/berlin/

소감은? 매끈하게 실제 체험하는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먼저 들어가면 아주 간단하게 독일 분단에 관한 몇 가지 자료들을 본다. 그리고 동독 출신의 3명의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 이후 그 중 1명의 삶을 선택해서 그 사람의 목소리로 VR 화면의 안내를 받게 된다. 작은 모형 버스에 앉아서 VR 안경을 끼고, 화면의 점들이 모두 너무 선명하게 보여 가짜임이 심하게 티 나는 그래픽을 감상 하는 것이 끝이다. 차라리 동독 시절의 옛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며, 입장료 14유로가 몹시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현실세계와 유저를 차단하여 완전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VR 뿐만이 아니라, 현실세계 위에 가상세계의 정보를 입힌 AR도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구글 번역기 카메라를 메뉴판에 갖다 대면, 바로 외국어로 된 메뉴판도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되는 것도 우리가 자주 쓰는 AR기술덕분이다. 또한 '포켓몬고'와 같은 AR이용 게임은 출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포켓몬고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 tvN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드라마에 나오는 기술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서부터 기술적으로 고증이 잘 된 드라마인지, 게임은 알고 만든 드라인지 까지 가상현실 관련 기술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갑론을박 거리를 만들어 준 흥미로운 컨텐츠 였다.

AR_01.png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결말이 너무 허무했다. © tvN

그러나 전문가들은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AR이라기 보다는 MR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한다. 즉, MR(혼합현실)은 VR과 AR의 장점만을 가져오면서도 유저와의 상호작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즉, AR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유저와 상호작용 해야하기 때문에 사물 인식과 공간 인식의 측면에서 기술에 차이가 있다.


현재 MR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홀로렌즈(HoloLens)이다. 홀로렌즈는 2015년에 처음 공개 되었으며, 공개될 때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홀로렌즈를 통하여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하거나 홀로그램을 손에 입혀 FPS게임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임지는 2015년 홀로렌즈를 최고의 전자기기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홀로렌즈는 현재 개발자용 제품만 나와 있는 상태이며, 충분한 컨텐츠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스크린샷 2020-10-05 15.09.00.png 홀로렌즈 2까지 출시되었다. ©microsoft

팩토리 베를린의 MR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 Xibit


팩토리에 입주하자 마자 코로나가 터져서 공간을 거의 이용하고 있지 못하였다. 중간 중간 온라인 네트워킹을 통해서 몇몇 스타트업 창업자, 컨설턴트, 스태프 등을 만날 수 있었다. Xibit의 창업자 Zakaria Jaiathe는 팩토리와 링크드인의 네트워킹을 통해 우연히 동시에 연결이 되게 되어서 가볍게 커피나 한 잔 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만나게 되었다. 나는 Xibit의 MR 기술에 흥미가 있었고, Zakaria는 한국에 진출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KakaoTalk_Photo_2020-10-05-15-23-40.jpeg Xibit의 CEO 작(Zak) 선생 © 이은서


모로코 출신인 작 선생은 2014년 독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 입사를 계기로 독일에 오게 된다. 그곳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서 시작하여, 5년 후 AR/VR 영역의 오피스 기술 팀장(office of CTO)를 맡게 되고, 구글 개발자 그룹의 멘토이자 심사위원 역할을 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후 VR관련 분야의 창업을 결심하게 되어, 공동 창업자이자 CPO인 Abdeljalil Karam과 Xibit을 설립하고, 팩토리 베를린의 입주 스타트업이 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Xibit은 전시회(Exhibit)와 박람회에 특화된 MR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즉,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MR을 통하여 물건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를 만들어 준다.

https://youtu.be/R33YCwkieqE

창업한지 약 1년 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작 선생과 Xibit의 활동성과 가능성을 가늠해볼만한 지표를 여러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Xibit은 2019년 Beautiful Software Awards를 수상하였고, 2020년에는 Luxury Innovation Award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아, 포브스지 (Forbes)에도 소개 되었다. 뿐만 아니라 Business Punk가 꼽은 Top 100 Founder, 독일 VR/AR 협회에서 발간한 2020년 2분기 VR/AR MARKET REPORT: GERMANY 리스트에 올랐다. 다만 아직 UG*로 설립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현재 아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


*UG: Unternehmergesellschaft, haftungsbeschränkt, 개인 책임 유한회사로 출자금 1유로부터 설립이 가능하다. 첫 10만유로 이상의 수익이 있을시 GmbH (유한회사)로 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7명의 직원이 있으며, 모두 정직원은 아니고 프리랜서로 결합하여 유연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직 괄목할만한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관련한 다양한 공모전, 수상 기회 등을 빠짐없이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투자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웨비나, 프리젠테이션 기회 등도 많이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팩토리 베를린에서 밀어주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팩토리를 통해 다양한 대기업 등을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많은 것이 팩토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였다.


현재는 MR영역 중 3D사운드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그 밖에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전시회 등의 요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분야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하는 작 선생과의 일문일답.


Q. Xibit의 기술이 예술 체험 영역에서도 많이 쓰일 것 같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 공연도 전시장도 모두 문을 닫지 않았나.


A. 바로 그 지점에서 Xibit이 시작했다. 초기에 미술 전시에 관한 프로젝트가 Xibit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예술작품과 관객이 교감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기술을 구현하는 것, 단순한 체험이 아닌 직관적으로 기술이 작동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런데, 너도 연극해봐서 알겠지만, 예술 분야는 돈이 안 되지 않나? 초기에 많이 투자한만큼 재정적으로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완전히 상업적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박람회나 상업 기술 전시회 등으로 눈을 돌렸다. MR을 이용하는 사람의 단순한 제스처만으로도 이것이 구현 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개발하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다.

KakaoTalk_Photo_2020-10-05-16-07-44.jpeg Xibit의 기술을 상세히 설명하는 작 선생 © 이은서


Q.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히려 수요가 늘었을 것 같다. 상황이 어떤가?

A. 기대한 것보다는 아직 반응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해보려고 한다. 베를린 가전 박람회인 IFA도 이번에 온-오프라인이 동시에 이루어 졌는데, LG가 홀로그램을 통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거나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박람회를 오프라인으로 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상상을 못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우리의 소프트웨어가 코로나 시기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고객에게 제품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박람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MR안경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기회로 생각한다.


Q. 현재는 어떤 하드웨어를 사용하고 있나?

A. 우리는 매직 립(Magic Leap)과 파트너쉽을 체결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매직 립을 지원한다. 하지만 홀로렌즈와 Nreal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Q. Xibit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 위해 별도로 배워야할 필요가 있나?

A. 고객을 위해 별도의 튜토리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굉장히 직관적이고 유저 친화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익히는데는 1분도 안 걸린다.


Q. 창업자로서의 삶은 어떤가?

A. 내 삶의 90%가 Xibit 과 관련된 일이다. 5% 잠 자는 데 쓰고, 나머지 5%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쓴다.


Q. 한국 드라마?

A.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컨텐츠이다. 사실 전 여친이 한국사람이었다. 여기서부턴 이야기가 길다...(웃음)


https://xibitxr.com/


Xibit과 함께 즐거운 일을 벌여볼까?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작 선생 덕분에 내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한국의 문화, 한국의 기술력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고 갈 수 있었다. 앞으로 서로의 가능성에 대한 설렘을 갖고 간단한 커피 미팅을 마쳤다.


MR의 미래는 특히 앞으로 더 유망해보인다. 사람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잘 경험할 수 있는 기술들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미 개발이 되고 있던, 게임, 영상, 영화 영역 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관광 분야에서도 디지털 콘텐츠의 하나로 활용이 될 것은 자명하다.


또한 최근에 급격히 발전된 IoT 기술이 MR 기술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향후 발견될 다양한 파급효과 안에서 Xibit가 어떻게 자리잡게 될지 궁금하다. 나의 팩토리 친구와 함께 그럼 즐거운 일을 벌이러 가볼까?


이은서

eunseo.yi@123factor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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