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있는 곳, 하늘의 꿈을 안고 탄산온천에 풍덩!
두 아이와 함께 한 4박 5일간의 제주 기록을 남겨본다. 우리처럼 아이들과 제주로 떠나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거라 믿으며...책도 여러 권 읽고,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도 들어보고 이것저것 검색도 해봤지만 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가끔씩은 우발적인 루트로 빠지기도 했다. 우리가 보낸 간략한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첫날 밤 비행기로 출발-김포 국립 항공 박물관, 김포공항 푸드코트, 제주공항에서 택시로 이동, 샬롬호텔
둘째 날-렌트 카로 방주교회에서 예배, FOUR B카페, JAM, 산방산 초가집, 탄산온천, 흰수염 고래 리조트
셋째 날- 곽지 해녀의 집, 귤따기 체험, 더마파크(공연, 승마) 점심, 북 앤 토이 뮤지엄, 인디언 키친
넷째 날-흰수염 고래 리조트, 해양동물 박물관, 돈다발 기사식당, 아쿠아 플라넷, 제주일도, 피닉스 아일랜드
다섯째 날-서귀피안, 제일 성심당, 섭지코지, 성산 일출봉 아시횟집, 우도 잠수함, 당근과 깻잎, 다시 일상으로
밤 비행기지만 특가로 저렴하게 뜬 항공권을 써보고자 야간 비행을 시도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아이들이 잘 버텨주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택시잡는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려 첫날부터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역시 싼 건 이유가 있었다! 하룻밤 자고 갈 숙소로 공항에서 가까운 샬롬 호텔을 찾았는데 호텔 이름값을 하듯 예배도 있고 서랍 안에 성경책도 있는 곳이었다. 심플해서 좋았지만 주변 차도에서 들리는 소음이 좀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은 일요일이어서 아이들이 자는 동안 남편이 렌트카를 인수한 뒤, 짐을 싸고 예배를 드리러 방주교회로 향했다. 이타미 준이라는 유명 건축가가 지은 교회답게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선박을 닮은 외관이었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지붕과 주변을 둘러싼 물에 비친 건물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둘째는 어른 예배는 지루해서 싫다며 스스로 어린이 예배를 드리러 씩씩하게 걸어갔고 첫째는 어린이 예배는 유치하다며 어른 예배를 함께 듣겠다고 했다.
방주교회는 초교파적인 예배 공동체라고 해서 신선했다. 예배에서 10가지 재앙을 이스라엘에 내리신 하나님께서 유월절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곳만은 넘어가신 이유를 들었다. 하나님은 계속 인내하시고 경고를 보내시지만, 계속 완강한 마음으로 경고를 무시하고 하나님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장자를 치는 재앙을 내리셨다. 이 가운데에서도 예수님을 상징하는 어린양의 피가 묻은 곳은 넘어가셨다. 그것이 passover(유월절)의 의미인 것이다.
말씀을 들으며 구원이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닌 하나님의 자비와 섭리에 따른 것임을 다시금 상기했다. 땅콩이나 바나나, 고구마 같은 간식을 예배 전에 조금씩 권했는데도 완강히 거부하던 첫째는 예배가 끝나자마자 근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빵냄새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빵을 사달라고 졸라댔다. 제주 특유의 현무암이 깔린 들판을 배경으로 햇살 가득한 통창아래 먹는 베이글과 커피 맛이 제법 좋았다. 올리브 크림치즈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아침을 다른 곳에서 먹을 계획이었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동백꽃과 억새, 이국적인 나무들이 있는 그 곳을 둘러보다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첫째가 가고 싶어하던 항공 우주 박물관(JAM-Jeju Aerospace Museum)에 도착하자 마침 해설 시간이 다 되어가서 대기 후 설명을 들었다. 라이트 형제를 비롯한 비행기의 역사, 종류, 발전 시기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고 해설에서만 보여주는 비행기 내장 사다리 등이 신기했다.
2층 우주관에서 보여준 우주 정거장, 미사일, 우주인의 일상 등도 흥미로웠다. 거의 50분 가까이 걸린 해설을 듣고 간식 노래를 부르는 둘째 덕에 모두가 그림 카페에서 간단한 간식을 먹었다. 원형 극장같은 폴라리스 상영관, 캐노프스 돔 영상관에서 제주의 색깔과 비행 역사를 주제로 한 영상들을 관람하기도 했다.
특히 돔 상영관에서 본 Dream to Fly는 몽골피에 형제부터 시작되는 비행의 역사를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기 쉽게 담아내서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코딩 체험도 40분간 진행되었는데 블럭을 조립하고 입력한 것을 기억해서 그대로 실행하는 간단한 체험이었다. 개구리의 한살이에 대해 듣고 올챙이를 만들어 움직인 뒤 시합을 하는 등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도 있었다. 키즈 카페 같은 공간도 있어서 둘째는 특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폐장 시간까지 둘러보았는데도 규모가 워낙 커서 다 못보고 가는 것들이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충분히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따뜻했던 낮 기온과 달리 이동하는 동안 점점 바람이 거세지더니 저녁을 먹으러 도착한 산방산 초가집 근처에서는 매우 춥기까지 했다. 곳곳에 유채꽃밭이 있어 이곳이 제주라는 것이 실감났다. 딱새우회와 각종 전복요리, 해물전골, 갈치구이 등이 한 상 차려졌다. 체험 일정을 우선시하다보니 아침, 점심을 빵으로 때워서 그랬는지 첫째는 너무 허겁지겁 먹다가 탈이 나기도 했다. 평소에 안 먹던 매운 음식을 먹느라 그랬는지 급하게 먹어서 그랬는지 배가 좀 아프다고 해서 몸이라도 따뜻하게 해주자 싶어 탄산온천으로 서둘러 향했다. 다행히 트림을 몇번 하더니 괜찮아지긴 했지만...
산방산 탄산 온천은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탕이 여러 개 있어 알찬 느낌이었다. 심지어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도 약간 탄산감이 살아있는 물이었다. 양치질을 하다보니 보통 수돗물과는 다른 맛이 느껴졌다. 미네랄 반응으로 탄산탕은 약간 누런 색인 느낌이었는데 온도가 차가워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평소 아빠에게 매달려있는 시간이 많은 딸이지만 온천에서만큼은 엄마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미온탕도 뜨겁다고 조심조심 마음의 준비를 하며 들어오는 딸이 귀여워서 적응이 될때까지 물을 여기저기 뿌려주었다. 따뜻한 물 속에서 딸을 무릎에 앉히니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 곳은 보통 온천+찜질방 조합 아니면 온천+노천탕 조합으로 많이 오는 듯 했다. 노천탕 갈 계획으로 수영복도 준비해왔지만 날이 차서 찜질방만 추가했다. 온천에서 산 샴푸와 클렌징 폼에서 뭔가 친근한 옛날 느낌이 났다. 불가마 하나만 소박하게 있는 곳이었지만 아이들은 인내심 테스트하듯 불가마를 견뎌보며 즐거워했다. 따뜻한 물에 노곤하게 여독이 녹아나는 듯 했다.
첫째날 숙소가 너무 소박해서였는지 둘쨋날 이동한 흰수염고래 리조트를 보며 아이들은 기뻐했다. 아이 친화적인 각종 시설들과 복도에 놓인 아기자기한 그림들, 피규어들, 수영장과 놀이터 덕분인 것 같았다. 대부분 우리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여행지로 찾는 곳인듯 했다. 여행지에서 자기 전에 일기는 쓰고 자기로 약속했었는데 숙소에 늦게 도착한 날이 많아 건너뛴 날이 더 많았다. 그래도 잠자리에 누워 종알종알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딸을 보니 내심 뿌듯했다. 제주에서의 둘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