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써 서른이 된다는 것

#0. 이십 대의 마지막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by 몰라몰라


나는 1996년쯤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 2026년 어느 날 딱 30년이라는 시간을 채우기까지 이제 몇 달 안 남은 셈이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주변의 기대대로 안정적이지만 딱딱한 조직 안으로 들어온 지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주변에선 나에게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도대체 언제 철들 거냐고 타박을 하고, 이제 그만 내가 사회가 정해진 규율 안에서 얌전히 살아가길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철들고 싶지 않고,

좀 더 큰 세상에서 작은 아이로 살고 싶다.


그렇게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그저 좋은 걸 먹고 구경하고 쉬어가는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걸 보고 느끼며 나와 많은 대화를 해보는 그런 여행.


좀 더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이건 20대의 여정을 정리하는 또 다른 여행이자,

또다시 30대의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그런 여행이다.

삼십대라는 인생의 세 번째 챕터를 시작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를 찾기 위한 여행이랄까?



약 10년 전 20살쯤 다녀온 1년간의 미국생활이 진정한 '나'로서의 이십 대 여정의 시작이었다.


엄마밖에 모르던 소심하고 겁 많은 아이가

좁지만 아늑하고 따뜻한 엄마의 작은 새장을 박차고 나와 춥지만 자유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수많은 사람과 경험을 통해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펼쳐나갔던 다사다난했던 이십 대의 여정을 이번 여행을 통해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펼쳐나갈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해보려 한다.



씁쓸하게도 파란만장했던 20대의 여정이 끝나가고 이제 서른을 맞이하는 나에게 남은 건

무료함. 따분함. 무기력함 뿐이다.


모든 게 시들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이제 어떠한 떨림과 설렘도 느끼지 못하고,

회사와 기숙사를 반복하며 아무 생각 없이 챗바퀴를 도는 인생을 살고 있다.


약 2주간의 유럽여행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두려움, 떨림, 설렘, 걱정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비행기 티켓을 끊기까지 세 달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가장 먼저 내가 2주간 회사를 비울 수 있을지 파악해야 했고, 직속 상사부터 시작해 그 위의 모든 결재라인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리고 여행을 하기 위한 자금을 알아봐야 했고, 가장 가까운 관계의 이가 느낄 섭섭함을 걱정해야 했으며, 이미 오래전에 독립한 서른이 된 딸을 걱정하는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다.


다행히도 철없는 막내사원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주고 이해해 주셨고, 예상보다 많이 들어온 성과급에 여행 자금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었고, 나의 소중한 이도 내 여정을 이해해 줬으며, 부모님도 걱정대신 응원과 조언을 보내줬다.

그러나

모든 게 준비되고도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는데

시답잖은 고민을 하느라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혼자 위험하진 않을까, 혼자 다니다가 사고가 나서 괜한 욕을 먹는 게 아닐까, 외롭진 않을까,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지, 그리고 혼자 여행 가는 나를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고민들.


서른이나 먹고도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른이라서, 이제 이런 걱정들이 부질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냥 걱정돼서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이 시기를 미래의 내가 반드시 후회할 거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만히 앉아 상상만 해도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지나칠 수가 없다.


비싼 가격에 계속해서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합의점을 찾고 결정을 내리고

결제 버튼을 누른 그 순간

발끝부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제부터

2주간의 나 홀로 여행기를 소중하게 담아나가 볼까 한다. 그리고 그 여행의 과정 동안 사진도 많이 찍고, 그림도 그려보고, 글도 쓰면서 그 순간들을 기록해보고 싶다.


이 여행이 내가

작가,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새로운 나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평범한 내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며, 이제 어린 시절 나의 작은 꿈을 실현해 나가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행복'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