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과의 첫만남

나도 처음이 있었지. 내가 수영을 시작한 이유

by 몰라몰라


나는 스무살 여름 엄마의 끊임없는 권유에 못이겨 친한친구를 꼬셔서 처음 방학특강을 들으면서 수영을 접했다.


검은색 긴 수영복에 검은 수모를 쓰고 유아풀에 앉아서발차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저기 성인풀에서 멋있게 수영하는 사람들을 동경하면서 나는 언제쯤 저렇게 수영할 수 있는걸까 생각했고 나에게는 아주 머나먼 여정의 끝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한시간동안 앉아서 발차기를 했다가 누워서 발차기를 했다가 하는건 도무지 재미가 없었고, 그렇게 친구와 함께 한달만에 그만뒀다. 그땐 세상에 너무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 이듬해 봄이 왔을때 스물하나 대학교 2학년이 되었고, 뭔가 열심히 살아보고싶은 욕심에 아침 수영강습을 등록했다. 사실 다른 운동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수영을 좋아하는 엄마가 유일하게 두팔벌여 환영하며 강습료를 쥐어주는 운동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번에는 한달을 잘 참아내고 드디어 기초반에서 초급반으로 레벨업을 하며 성인풀 젤 첫레인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나는 나름 깊은 물에서 몸을 띄우는 법을 배우고, 킥판을 잡고 하나씩 팔을 돌려보기도 하면서 영법이라는걸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신이난 우리 엄마가 주말마다 나를 데리고 예습을 시켜주고 덩달아 신이난 우리 아빠가 걸음마를 가르치듯 나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남몰래 한 개인강습 덕에 남들보다 빠르게 자유형부터 시작해서, 배영, 평영 하나씩 배워나갔고, 그렇게 영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레인을 하나씩 옮겨나가며 레벨업 하는 성취감과, 또 아래반 회원님들이 신기한듯 쳐다보는 시선들이 나를 계속해서 동기부여 해줬다. 언젠가 저 맨끝 레인까지 꼭 입성하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는 중간레인쯤 왔을때 4가지 영법 중의 끝판왕 접영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그만뒀다. 열정이 식어가면서 출석률이 떨어졌고, 남들 다 접영을 배울때 나만 안돼서 계속 뒤쳐졌다. 나만 안된다는 자괴감과 남들보다 뒤쳐지는 그 느낌을 그때의 나는 이겨내지 못하고 도망을 쳤던 것 같다.


1년동안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갑자기 살이 찌는 바람에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을 해야했고, 그렇게 다시 수영이라는 친구에게 용기를 갖고 다가섰다.


그렇게 다시 1년을 넘게 쉬었다 수영을 다시 시작하면서 다시금 동기부여를 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 매번 혼이나니까 강습이 너무 가기싫어져서 그만뒀다가, 살이 쪄서 수영복을 입는 것도 싫었는데, 자꾸 물밖에서 지상동작을 연습시키는 선생님때문에 또 그만뒀다가, 그래도 다시 등록했다가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래도 그만큼 내가 생각보다 이 친구를 좋아했었으니까. 그만뒀다가도 쉽게 잊지 못했다.


나에게 수영은 어떤 이유인지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요상한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