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게임 속처럼 그냥 다른 차원의 공간이에요
수영은 정말이지 장점이 많은 운동이지만,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운동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고, 수영복 자체를 입는 걸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처음엔 물이 낯설었고, 내 몸을 짓누르는 듯한 중압감이 무서웠다. 그리고 딱 달라붙는 수영복과 긴 수영복을 입어도 드러나는 맨살과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살들이 민망했고,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에 동그란 수경을 쓴 내 모습이 좋진 않았다.
수모를 이렇게 써도 저렇게 써도 못생겨지는 내 모습에 한동안 그냥 거울을 보지 않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그냥 또 다른 '나'다!
우린 그냥 본캐의 전원을 끄고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와 새로운 캐릭터가 된 것 마냥 그 장소에 맞는 옷을 입고 그렇게 만나고 알아가는 거다.
네모난 수조 속에서 각자의 실력에 맞게 게임을 하는 거랄까? 열심히 해서 상위랭크로 레벨업을 하기도 하고, 아이템을 하나씩 득템 하기도 하고 하는 거처럼!
높은 반으로 올라가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또 캐릭터를 꾸미듯 이쁜 수영복과 수모를 하나씩 모으고, 또 숏핀과 패들 같은 장비를 하나씩 마련하면서 속도를 더 내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생생하게 모든 감각을 느끼면서 하는 그런 게임!
이 게임 속 세상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이 공간이 주는 자유가 너무 좋아진다.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던 물이 익숙해져 아늑함을 가져다주고, 숏핀을 장착하고 물살을 가르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정말이지 매일 불안과 걱정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 세계를 벗어나 또 다른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매일 똑같은 사무실에서 단정한 복장을 하고 가만히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고, 업무 특성상 답답한 복장을 하고 외부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날이면 불편한 신발을 신고 정신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발 여기저기에 상처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뒤늦게 물집이 잡혀있는 발을 보고서 그제야 아픔이 몰려와 쩔뚝거리다 갑자기 그깟 물집하나에 서러움이 폭발할 때가 있는데
그러다가도 모든 걸 끝내고 불편한 외투와 답답한 셔츠를 벗어두고, 나를 아프게 하던 구두를 던져두고, 가벼운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뛰어드는 순간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다.
그렇게 나는 그 순간만큼은
나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