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배낭여행기 6:피렌체편3
피렌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석양이 질 무렵의 미켈란젤로 언덕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 유명한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과 조토의 종탑, 그리고 셀수 없이 많은 르네상스의 미술품과 건축물이 피렌체를 대표하는 이미지이지만,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피렌체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가 이 미켈란젤로 언덕이 될 것 같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맥주 한캔과 함께 석양이 물드는 피렌체를 넋놓고 바라보았던 두시간 동안 나는 이제 더이상 고통이 아닌 황홀한 고독을 맛보았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되어 가본 곳인데, 이 미켈란젤로 언덕은 이미 석양과 야경으로 유명해져 많은 자유 여행객들이 필수 코스로 들르는 곳이었다. 미켈란젤로 언덕은 피렌체 구시가지의 관광지에서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이지만 구시가지쪽에서 걸어서 갈 경우 언덕을 올라야 하는 것이라 다소 힘들다. 해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는게 좋은데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서 바로 직통으로 가는 버스는 없고 다운타운쪽으로 조금 걸어가서 타거나, 아니면 역 앞에서 탔다가 도중에 한번 갈아타는 식으로 가야 한다. 피렌체 주택가를 30분 정도 빙빙 돌아서 가면 버스가 언덕 위 광장에 바로 내려주기에 힘들게 언덕을 오르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피렌체 구시가지쪽을 비스듬히 조망하도록 설계된 계단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석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로 청춘들이 많은데 그들의 손에는 예의 와인병이나 맥주캔이 들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언덕 광장에는 술을 파는 노점도 있어 이곳에서 바로 사서 마셔도 된다.
나 역시 혼자지만 광장 노점에서 맥주를 한캔 사서 분홍빛으로 노을져가는 피렌체를 바라보며 알싸한 취기에 젖었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지금도 그 분홍빛의 피렌체가 눈에 선하다. 옆에 남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꼭 남편이랑 같이 와야지 하는 결심을 하며 분홍색의 피렌체를 눈에 깊게 넣었다.
오후 5시 무렵에 와서 해지는 7시가 넘어서까지 계단에 앉아있으려니 엉덩이가 좀 아파왔다. 남편이 있었으면 맥주를 한 캔 더 하며 야경까지 음미하고 내려왔을텐데 혼자라서 맥주를 사러 갔다오면 자리가 없어질 것이기에 자리를 뜰수도 없었고 그렇게 오래 돌계단에 앉아있으니 엉덩이가 배겼다. 석양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서 피렌체 구시가지에 불빛이 하나둘 들어올 무렵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갈까 생각하다가 내려가는 사람들 무리를 따라 나도 걸어서 언덕을 내려왔다. 모두가 구시가지 방향으로 갈 것이 뻔했기에 구글맵을 킬 것도 없이 그저 인파를 따라 언덕을 내려가서 피렌체 아르노강을 따라 걷다가 베키오 다리를 건너면 구시가지 중심부로 이어진다. 그렇게 구시가지를 걸어서 호텔까지 오는 길은 전혀 힘들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저녁이 되니 구시가지 이곳 저곳에서 버스킹하는 사람들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낭만적인 비쥬얼에다가 오디오까지 낭만적일수가...! 피렌체 버스킹은 늘 클래식이었다. 내가 사는 전주의 신시가지에서는 주말에 청춘들의 대중가요 버스킹이 이곳 저곳에서 열리는데, 이탈리아에서는 모두 클래식 연주 버스킹이었다. 품격있는 클래식 연주가 길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피렌체의 구시가지를 천천히 걷던 그 밤은 누구라도 절로 철학자가 되고, 예술가가 된 듯한 밤이었다. 일주일이나 있었건만 언제라도 다시 가고 싶은 피렌체!
조상 잘 둔 이탈리아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50에 결혼하기까지 홀로 했던 수많은 고독의 여행들이 새로운 이정표를 맞던 피렌체의 감사한 고독 여행이었다.
(중년에 홀로 베낭여행을 하는 저자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브런치북을 읽어봐주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marriagefif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