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조용히 책 속에서 길을 찾던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뒤집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누군가의 시선을 끌고 싶은 욕심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세상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제 성격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혼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제게는 가장 큰 위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책 속에서 배운 세계와 현실에서 마주하는 세계가 점점 어긋나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당연하다 배운 것, 사회에서 모두가 따라야 한다고 믿는 규칙, 언론이 사실인 양 반복하는 이야기들…. 그 ‘당연함’이라는 이름 뒤에는 늘 의문이 숨어 있었습니다. 때로는 억지스러워 보였고, 때로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 같았습니다.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마음은 불편함으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생각, 누군가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제가 가진 힘이라고 해봐야, 수많은 책을 읽으며 쌓아온 생각들과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습관뿐입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무기가 아니라, 사실을 직시하려는 용기와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제가 쓰고 싶은 글은 바로 그 믿음의 첫 걸음입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인 교육 제도의 틀, 모두가 따라야 한다고 여기는 조직 문화, 늘 옳다고 포장되는 가치와 상식들, 의도적으로 숨겨진 정치와 사회의 장치들까지—저는 그것들을 다시 묻고 싶습니다. 제 글의 목표는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라는 이름 아래 묻혀 사라진 질문들을 다시 꺼내는 것입니다.
물론 저의 도전이 미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거대한 체제와 오래된 관습 앞에서 글 몇 편이 무슨 힘을 발휘하겠느냐는 회의가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변화는 작고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의심, 누군가의 불편함, 그리고 그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은 용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는 그 흐름 속에서 아주 작은 한 줄기를 보태고 싶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통해 독자와 함께 “진실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눈앞에 주어진 사실을 그대로 믿기보다, 왜 그것이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묻고 싶습니다. 제가 던지는 질문이 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새로운 대화를 열고, 다른 시각을 찾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합니다.
제 책은 단순히 또 하나의 답안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독자 스스로 새로운 관점을 실험해보는 연습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글을 쓰고, 독자는 읽으며 생각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우리는 익숙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슈퍼T의 망토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지켜내고 싶은 최소한의 태도, 즉 의심을 멈추지 않고 질문을 이어가려는 약속의 상징입니다. 이 출사표는 그 약속을 독자와 나누는 첫 인사입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저는, 이 길에서 당신과 함께 묻고,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작은 글이 모여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고. 그 믿음을 안고, 오늘도 한 줄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