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편) 원조 콘텐츠 왕국, 메디치 가문

by 슈퍼T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것은 피렌체 상인들, 특히 메디치 가문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거금을 투자하여 동방에서 가져온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서, 사상서 등의 인문학 서적들을 모으고, 학자들을 초빙해 아카데미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아낌없이 후원하고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갈릴레이 갈릴레오 등의 예술가와 과학자가 그러한 배경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현대에도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우게 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명문 가문으로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 왜 메디치 가문은 그런 것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우는데 기여했을까요? 예술을 사랑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메디치 가문의 지속성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당시 예술 작품 특히 회화 분야에서의 걸작들을 보면 메디치 가문을 찬양하는 작품들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화가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들입니다. 로렌초 메디치가 특히 아꼈던 화가로 알려진 그의 그림은 메디치 가문을 찬양하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중세미술은 기독교 미술로서 감히 자신의 가문이나 개인의 찬양을 하는 예술품들을 하는 것은 곧 신의 모독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겐 잊힌 새로운 사상인 플라톤 철학 등이 비잔틴제국의 멸망으로 동방으로부터의 유입으로 서방에 전해집니다. 그러면서 이 새로운 사상을 토대로 기득권 세력이 되려고 하는 신흥 세력 집단이나 개인에서 이를 차용해 사회에 전파함으로써 그들의 세력의 정당성을 내세우는데 이용하려고 합니다. 메디치 가문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자신들의 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보티첼리의 그림 ‘팔라스와 켄타우로스’ 작품을 보면 이 그림은 단순히 그리스 여신 아테네와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를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로렌초 메디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그를 찬양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선 피렌체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피렌체 시민들에게 어필하고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즉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대중매체 선전을 이용해 한 권력자의 이미지를 위대한 영웅으로 겹쳐 보이게끔 포장함으로써 국민들이 그 권력자에 대한 이미지를 위엄 있고 , 신성하고 , 위대하게 보이게 만드는 작업인 것입니다. 이 그림이 그려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15세기 후반 교황 식스투스 4세는 메디치 가문에 앙심을 품고 있었는데, 그 당시 메디치 가문의 수장이었던 로렌초가 교황의 대출을 거부하고 교황이 임명한 피렌체의 대주교의 입성을 거부함으로써 교황청과 메디치 가문의 사이가 좋지 않던 시점이었습니다. 교황은 메디치 가문의 라이벌 가문이었던 파치 가문으로 하여금 로렌초와 그의 동생 줄리아노를 죽이도록 부추깁니다. 로렌초는 생명을 건졌지만 동생 줄리아노가 암살로 죽게 됩니다. 교황은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나폴리 왕국의 국왕 페란테를 부추겨 피렌체를 차지하라고 합니다. 나폴리 국왕은 피렌체에 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전쟁이 임박하자 로렌초는 자진해서 홀로 나폴리 국왕을 만나 담판을 짓고 오겠다고 합니다. 나폴리 국왕을 만난 로렌초는 그곳에 3개월간 머물면서 나폴리 국왕 페란테를 설득해 전쟁을 막게 되고 교황과도 화해를 하게 됩니다.


이 로렌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보티첼리가 그린 작품이 바로 ‘팔라스와 켄타우로스’입니다. 여기서 팔라스는 ‘창을 휘두르는 자’라는 의미로 여신 아테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흉폭한 켄타우로스(정욕, 흉폭, 본능을 의미)가 아테나 여신(이성, 지혜를 의미)에게 머리를 잡힌 채 제압되어 두려움의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 켄타우로스는 식스투스 4세 교황을 상징하고, 아테나 여신은 로렌초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아테나 여신의 옷과 치장을 보면 메디치 가문의 것과 연관되어 있는 것입니다. 즉 아테나 여신이 곧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테나의 드레스에는 메디치 가문의 상징인 3개의 원형의 고리 문양이 그려져 있고, 올리브 나뭇가지와 월계수가 몸을 휘감으면서 마찬가지로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처럼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의 주문자는 당연히 로렌초 데 메디치로, 그는 자신의 지혜와 이성으로 피렌체를 구해냈다는 것을 바탕으로 그림을 통해 자신을 지혜롭고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승리자의 이미지로 피렌체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런 찬양을 유도하는 메커니즘과 유사한 상황은 현대에 와서도 계속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수단과 사람들에 의해서 이미지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여러 가지 대중매체의 발달로 인해 그만큼 사람들이 더 자극적인 이미지를 쉽고 빠르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대에 와선 소수의 권력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이미지 창출이 각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인, 연예인, 종교지도자들은 이미지와 매체를 통한 홍보를 앞세워 사람들의 일상, 선택 및 사고방식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합니다. SNS 및 개인 방송, 인플루언서들도 가세하며 유래가 없었던 콘텐츠 범람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콘텐츠 제공의 대상의 규모에 상관없이 콘텐츠의 사실관계 및 숨겨진 의도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콘텐츠에 휘둘리기보다 재미와 감동 너머의 민낯이 무엇인지 통찰하여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인문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고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를 통해 '내 인생과 커뮤니티에 의미가 있고 행복한가?'혹은 '나의 현재와 미래의 문제와 계획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가?'등의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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