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편) 예술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까

by 슈퍼T

미국의 내셔널 갤러리의 한 설문조사에서 '예술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이 약 60%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중 70% 정도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70% 정도의 사람들이 수많은 화가들 중 유독 한 사람의 작품만을 제시했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예술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할 수는 있지만 이 사례에 대해선 한번 생각해볼 만합니다.


추상 표현주의의 대가로 알려진 마크 로스크의 그림은 일반인이 보기에 거대한 캔버스에 단순히 색채가 2-3개가 순서대로 한가득 채워진 매우 단조로운 그림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색채만 가득하고 형태가 보이지 않는, 도대체 뭘 그렸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단순한 그림. 쉽게 말해 일반인인 자신들도 쉽게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그림처럼 보입니다.


추상표현주의 화가로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예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왔다." 그리고 “나는 추상 화가가 아니다. 색이나 형태 그 밖의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난 오직 비극, 환희, 절망 등의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미술에 문외한 일반인들로선 추상회화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며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난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화가 개인의 주관적인 표현이기에 답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호한 그림 속에서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란 보통은 힘들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예술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일반적인 경우는 형태와 색이 균형 있게 표현된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또는 그 속에 담긴 메시지나 스토리를 읽고 공감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들입니다.


스탈당 신드롬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스탈당 신드롬은 매우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어지러움이나 환각 등의 정신적 충격을 경험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론 로스코의 추상표현주의 미술 중 대표작들을 보면 2-3가지 색만으로 거대한 캔버스를 채움으로써 그 그림을 통해 관람자들로 하여금 무언가의 내면의 감정(슬픔, 환희, 우울, 숭고함 등)을 느끼게 해주는 여러 가지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이런 거대하고 단순한 색 덩어리 앞에서 마치 이 세상의 본질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 또는 절대적 존재인 신 앞에서 서 있는 듯한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으리라는 로스크의 말에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작가들과 그림을 두고서도 그토록 로스코의 작품에 유독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 것에는 작품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외부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습니다.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또한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을 관람할 때 45cm 떨어져서 보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작품 전체를 볼 순 없지만 작품 안에 있는 듯한 무한한 공간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그렇기 이 자신의 작품을 더욱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추상미술의 대가였던 유명인이 했던 그가 했던 말은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 발언을 아는 직후부터 그의 작품을 보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의 말마따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로 인해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뇌 속에서 반사적으로 그 기제가 작동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한 유명인이 로스코의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을 대중매체나 소문을 통해 퍼지게 되면 이는 일반인들에게 더욱더 강한 효과를 발휘하게 되며 그 기제가 강력해지게 됩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설문조사 중 70% 정도의 사람들이 지목한 작가가 로스코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마도 이들은 로스코의 발언을 들었던 이들이 대다수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스코라고 대답했다는 것 자체가 미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 온전히 로스코의 그림을 보여줬을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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