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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Sep 24. 2022

가장 버리기 힘든 물건?

가장 마지막에 남겨진 것들을 버리는 중입니다.

그리 넉넉하진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가난의 상처는

잘 모르고 자랐다. 부모님은 고생하셨지만 우리 앞에서 경제적인 부분으로 내색하시거나 두 분이 (그 일로) 싸운 적이 없으셨다. 사실 나랑 동생은 우리가 형편이 어려 줄도 모르고 나름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는 지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은 자신은 가난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넉넉하게 사시는 편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과거가 건드려지면) 문득 주눅이 들 때가 있다고...


나는 그런 게 없다고 생각했다. 가난의 상처라면 보통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고 독하게 악착같이 돈에 집착하는 것 혹은 미래에 경제적인 부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등. 돈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기 쉽다.


미니멀 라이프 까지는 아니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마지막까지 미루면서 버리지 못한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책을 많이 사야 하는 건 아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도 있고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책은 소유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문화생활에 대한 결핍, 집에 책이

거의 없었던 환경에 대한 보상으로... 남편 회사에서

매년 나오는 복지포인트로 주로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책이 오는 날은 너무 행복하고 읽으면서 충족되는 것이 있었다.

다만 어느 순간 책을 꽂을 책장이 부족해지고... 다른 물건들에 비해 책이 차지하는 면적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책들은 85~ 90퍼센트는 읽은 책들이긴 하다.


아이들 책도 복지 포인트로 구입하고 다른 건 아껴도

책은 과하게 사들였던 것 같다. (많이 사도 눈치가 덜 보이기도 했고 죄책감도 덜 들었다.)


왜 나는 책을 소유하고 싶었을까?
왜 집을 그것으로 채우면서 흡족해했을까?


<집안 곳곳에 책이 많다. 수납장 속에도 보인다.

매일 비우는 중... 마다 책이 있고 거실도 책장에 책이

많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중 ㅠ 쉽지 않다.>


그 또한 결핍에서 생겨난 그럴듯해 보이지만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과한 보상심리가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책 사는 것을 멈췄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고 정말 소장하고 싶은 것만 구입하기로 했다.

어제오늘 한 번쯤 읽었고 읽다가 멈추기도 한 책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정리하기가 아까웠다.



기준은 하나.. 다시 이 책을 읽을 예정인가?

읽다가 만 책은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었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이었다. 내 기준에선 가치가 없는 책도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들은 앞으로도 안 읽을 것이다.) 여러 번 읽어서 이미 저장된 책들은 이젠 비워내도 된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은 내부에 스크래치를 남긴다.

인생의 어느 순간 그것에서 놓여나는 때를 만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거부할 수도 있지만 인식하고...

나를 돌아볼 때 변화가 시작된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젠.. 책을 그만 소유해도 될 만큼.. 결핍은 충족이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이 비록 문화적인 혜택은 미흡했을지 모르지만 건강한 정서적인 성장을 했고 강요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낼 수 있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영혼은 자유로웠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미련이나 아쉬움, 결핍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당신은 무엇을 버리기 어려운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유 #미니멀 #가난 #정리정돈 #보상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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