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취미 생활
아이들 어릴 때는 방학은 그냥 자유놀이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찾기 시작했고 방학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먼저 큰 아이는 3년 넘게 소설을 구상해오고 그림을 그려왔다. 1년 전부터 방에서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 아직 가족들에게 보여줄 실력은 안 된다면서 자꾸 미루고 있지만 많은 분량을 썼다고 한다. 3달 전부터 작곡도 해보고 싶어 했다.
아이방에 들어가서 몰래 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기다려주고 싶었다. 아이만의 세계가 궁금한 만큼 기대가 된다. 몰래 보기가 아깝다고 해야 할까?
둘째는 엄마가 유튜브를 하는 것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남편도 아이가 중학생이니까 지금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응원을 해줬다. 아이는 처음 시작하는 것이 좀 막막했는지 방학에 하겠다고 미뤘었다. 이번 방학에 게임을 하고 편집을 하면서 어제 첫 영상을 올렸다.
나처럼 혼자 나와서 이야기하는 식의 채널이 아니기에 편집도 너무 오래 걸리고.. 하나하나 배워서 하는 것에 지칠 법도 한데...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선택한 것이기에 열심히 하고 있다.
막내는 작가가 꿈이라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다. 이번 방학에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들을 골라서 다시 읽는 중이다. 그리고 혼자 앉아서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상상하면서 미소 지으며 집중하는 표정이 보기 좋다.
엄마인 나는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다. 최근엔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도 구상 중이다. 이야깃거리를 찾는 다양한 방법 중에... 나의 경우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떠오를 때가 많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육아 내용은 세 아이와 보낸 순간을 포착하며 쓴다. 칭찬하길 좋아하는 큰 아이는 내가 쓴 소설 내용을 듣더니... 대박 흥미로운 이야기라며 엄지 척을 해준다.
최근 들어 글을 쓴 답시고 책은 조금 덜 읽긴 했지만 보고 있는 책은.. 놀이치료 과정에 대한 책, 인생수업(다시 보는 중), 누가복음 영어 쉬운 성경, 철학서적, 분별력(다시 보는 중),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등이다. 매일 조금씩 읽고 있다.
아이들과 나를 보면서... 역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좋아하는 어떤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하구나 느낀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즐겁지는 않다.
요즘 가장 듣기 좋은 아이들의 말은...
"엄마.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어. 벌써 밥 때야? 말도 안 돼."
나는 그것을 믿는다.
아이들이 어떤 예상치 못한 쉽지 않은 일을 만난다 해도...
충분히 행복하고 자유했던 경험들이 큰 힘이 되어줄 거란 걸...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 속에 내가 조연으로 어딘가에 있었다는 것이 그냥... 왠지 감사하다.
#아이방학 #여름방학 #사춘기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