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렇게 울 수밖에 없었던 사연.
3년 전에 모임에서 한 엄마를 만났다. 그녀의 딸과 우리 막내는 나이도 같아서 서로 어울려 놀았고 나도 그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엄마들은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하여 남편 이야기로 끝나게 될 때가 많다. 정작 나 자신의 이야기는 그 속에 담겨 있지 않다.
그녀의 남편은 마흔 중반이고 최근에 회사에서 치른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 엄마는 남편이 아이처럼 서럽게 엉엉엉 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어린 아들, 딸도 그렇게까지 울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다 큰 어른이 고작 회사 시험에서 점수가 안 나왔다는 것으로.. 승진 시험도 아니고 그냥 통과할 때까지 재시험을 치를 수 있는 과정 시험이었다. 그 결과 앞에 세상이 끝난 듯 우는 통에 당황하고 놀라서 안아주고 토닥여줬다고 한다. 자기 품에 안겨서 자지러지게 우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낯섦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 나름 분석한.. 남편이 그토록 (재시험이 가능한)
별거 아닌 시험에서 대성통곡한 이유는 이랬다.
그녀의 시어머님(즉, 남편의 엄마)은 완벽주의자시고 항상 아들을 위해 미리 한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하는 분이었다. 남편은 자라면서 단 한 번도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억이 안 날 정도니까.. 그래도 아주 작은 좌절 등은 겪었으리라.) 회사에서 승진 시험도 아니고 재시험이 가능한 그냥저냥 한 시험 낙방이 첫 인생의 큰 좌절이었다고...
1. 사랑했던 누군가와 헤어진 경험도 없었고
2. 항상 미리 선행을 시켜준 엄마 덕에 공부도 잘했었고
3. 대학도 한 번도 갔고
4. 회사도 순조롭게 입사해서 다녔다고 한다.
5. 칭찬만 받고 자란 모범생이었다.
제대로 실패를 경험해본 적 없던 그녀의 남편은... 생애 첫 좌절 앞에 마치 어린아이가 게임에서 져서 울고불고하는 그 경험을 이제 막 한 거였다. 인생의 첫 쓴 맛.
그녀의 이야기는 심리학자들이 강조하던 '실패를 허용하라는 육아원칙'을 증명해주었다.
어딘지 구멍도 있고 어리바리한 엄마 밑에서 어느 정도 고생도 하면서 크는 게 나은 거구나!
일부러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겪게 될 크고 작은 경험들을
빼앗으면 안 되는 거란 걸...
그 상처들, 속상함, 억울함, 슬픔도 인생에선 필요한 영역이니까.
자녀를 사랑하는 건.. 실패할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아닐까...
분명 그 엄마도 아들을 사랑해서 한 보호였을 텐데..
회복탄력성을 기를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