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완벽주의자의 다짐
나는 쉬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11년을 전문직으로 있다 과감하게 퇴사를 하고 다른 길을 찾다 헤매고 있던 차 몇 개월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나는 너무 힘들었다.
좀 쉬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몸은 편해도 마음이 힘들었고, 그러다 몸까지 힘들었다.
그렇게 또 마음이 힘들어지고 정신과 신체가 일치한다는 말을 경험으로 확인했다.
직업이 없어서 힘들었던거라 위로했지만 직업이 있었을 때도 3일 이상 쉬면 마음이 불안했고 불안했다.
그래, 집안일에 집중하자 했지만 집안일은 더 더 끝이 없었다.
가족들이 왔다 갔다 어지르는 것, 떨어지는 음식 찌꺼기, 리필이 필요한 생필품....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이 가득 차서 몸이 더 피곤했다.
휴일 전 항상 생각한다. 내일은 책도 많이 읽고 여유롭게 커피 먹으면서 소파에 앉아서 쉬어야지~
하지만 나에겐 그런 여유로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내리는 벌 같은 걸까?
이쯤 되면 나의 가장 큰 적은 나일 것이다.
어느 날부터 휴일 또는 휴일 전날 심장이 너무 빨리 뛰면서 과호흡이 왔다.
괴롭다. 나는 왜 편안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왜 하루의 여유도 나에게 허락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완벽주의자다. 인간이 완벽하지 못한데 완벽주의 성향을 가졌으니 결국 얼마나 스스로 못난 점만 보면서 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겠다.
결국 완벽하려고, 완벽하고 싶어서, 완벽하지 못할까 봐 스스로를 괴롭히고 시작은 너무 두려웠다.
어릴 적 형성된 아니면 내 타고난 기질이 자존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마흔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기질 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극단의 조치로 생각한 것이 있다.
바로 하루를 버리는 것이다.
오늘 하루 여유 있게 쓰겠다가 안 되는 인간인 걸 이제 확인했으면 똑같은 방법을 쓰는 건 어리석은 것이다.
여유 따위 말고 그냥 버리는 것이다.
하루를 아무것으로도 채우지 말자.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다.>라는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님의 말이 생각난다.
너무 공감되는 말이지만 휴일의 나에겐 시간을 흘러 보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좀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