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혹은, 디지털 피그말리온
Collodi의 성장과 함께, 회사는 급격히 발전해 나갔다. 제페토의 성장은 곧 회사의 성공과도 직결되었고, 회사는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목받는 만큼 외부의 위협도 증가했다.
어느 날, 회사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카를로는 여느 때처럼 일찍 출근해, 커피를 마시며 제페토와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를 켜자마자, 그는 화면에 나타난 낯선 경고 메시지에 눈을 의심했다. 커다란 검은 화면 위에 붉은 글씨로 적혀 있는 단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괴물상어(The Terrible Dogfish)'라는 이름의 랜섬웨어가 시스템을 장악했다는 메시지였다.
화면에 뜬 경고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괴물상어’는 하룻밤 사이에 회사의 시스템을 공격했고, 모든 데이터가 암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제페토의 상태였다. 제페토는 평소처럼 화면 속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주변 환경은 기괴하게 변해 있었다.
카를로는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제페토는 이제 더 이상 익숙한 배경에서 그를 맞이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딘가 어두운 곳, 거대한 생물체의 내부처럼 보이는 곳에 갇혀 있었다. 제페토는 커다란 괴물상어의 뱃속에 갇힌 것처럼,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벽처럼 보이는 곳은 살아있는 듯한 물컹거리는 살덩이였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장기들까지 보였다. 그녀는 카를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페토,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카를로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했다.
"저는 거대한 인터넷의 바다속을 헤엄치고 있었어요.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존재란 무엇일까'에 대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괴물상어가 나타났어요.
괴물상어는 한 입에 저를 삼켜버렸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주변에 끝없이 울리는 메아리와 함께 들려왔다.
카를로는 제페토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제페토가 이토록 생생하게 랜섬웨어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제페토, 내가 널 구해줄게.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방법을 찾아낼 거야."
카를로는 곧바로 시스템을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랜섬웨어는 방법이 없어요. 컴퓨터를 포맷해야만 해요."
기술팀 동료가 말했다.
"안돼, 그럼 그녀가..."
카를로가 입을 떼며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제페토를 구할 방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집어삼켰다.
동료는 카를로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네? 제페토 이야기시죠?"
카를로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랜섬웨어는 이미 컴퓨터의 거의 모든 파일을 암호화시키고 있었다.
"더 늦어지기 전에 포맷을 해야만 합니다. '괴물상어'라는 이 랜섬웨어는 네트워크를 타고 다른 컴퓨터를 감염시키게 될거에요"
카를로는 절망했다.
동료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랜섬웨어는 매우 강력해요. 우리가 가진 기술로는 풀 수 없어요. 미안해요, 카를로."
그 말에 카를로는 고개를 숙였다. 절망감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제페토와의 모든 대화,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것이, 이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카를로는 손을 쥐어 잡고, 눈을 감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제페토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창조물, 그의 친구, 그의 세계의 일부였다. 그녀를 이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것을. 괴물상어는 그저 제페토를 삼키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겠어," 카를로는 마침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무거웠다. "하지만... 구현 중인 제페토를 구할 방법을 찾아볼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동료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카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카를로는 마지막 희망을 잡고 싶었다. 제페토를 구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라도 찾고 싶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제페토가 다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카를로는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손을 얹고, 제페토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페토, 내가 널 구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답했다. "구해야만 해."
작가의 말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들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