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소와 까만소의 대화

새 까만소와 누렁소

by MIHI

누렁소와 까만소는 조용히 농부와 공무원이 나무 그늘 아래에 털썩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햇살이 뜨거워질 무렵,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결국 시원한 그늘로 몸을 옮긴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소들의 시선은 어딘가 다정하면서도 약간의 피곤함이 엿보였다.


그들이 꽤 멀리 떨어지자, 까만소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했을지, 이처럼 뻔하다니까." 까만소는 다리를 꼬며 앉아, 반짝이는 털을 정성스럽게 다듬기 시작했다. 까만소의 털은 윤기가 흐르고, 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거렸다.


누렁소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네 털을 다듬는구나.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까만소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물론이지. 이 반짝이는 털이야말로 내 자랑거리니까. 세상에서 이렇게 멋진 털을 가진 소는 나밖에 없을걸? 게다가, 누군가는 이 마지못해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즐거움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어?"


누렁소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렇지만 일을 좀 더 성실히 하면 좋지 않을까? 오늘도 겨우 2마지기밖에 못 갈았잖아. 농부님께서도 너를 보며 걱정하는 눈치였어."


까만소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걱정? 설마. 농부님은 내 속을 알고 계시지. 내가 누군지 알고, 어떤 소인지 알고 계시니까 말이야. 게다가, 너 혼자서도 10마지기를 갈아낼 수 있잖아. 우리 둘이 함께 일하는 이유는, 네가 그걸 다 해낼 수 있기 때문이야. 나는 내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걸."


누렁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은 정말로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구나. 그래, 털을 다듬고 잘 보이는 게 너에겐 큰 의미겠지. 하지만 일도 좀 더 성실히 해줬으면 좋겠어.'


그러나 누렁소는 말로는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까만소의 털을 빛나게 하는 빗질을 지켜봤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농부님께서도 너를 귀하게 여기시니까, 그게 너의 방식일 수도 있겠지."


까만소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털을 매만졌다. "그래,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하고 있어. 내가 이렇게 멋지게 보이면, 농부님도 기분이 좋아지시잖아. 게다가, 나는 그저 일하는 기계가 아니야. 나는 농장의 미(美)를 책임지고 있는 소라고."


누렁소는 까만소의 말을 들으며, 그의 자기애와 자부심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떠올랐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내가 갈아엎은 땅이 농부님께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렇다면 나는 내 역할을 다한 거지.'


그들은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서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지내왔다. 누렁소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계속했고, 까만소는 늘 그렇듯 반짝이는 털을 자랑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농장의 일원이 되었다.


저 멀리서 농부와 공무원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소는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누렁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며, 농부의 기대에 부응할 결심을 다졌고, 까만소는 여전히 자신의 빛나는 털에 만족하며, 그 모습이 농장에 필요한 또 다른 역할이라고 믿고 있었다.


결국, 두 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농부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누렁소는 땅을 갈며 농부의 일을 돕고 있었고, 까만소는 그저 존재 자체로 농부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작가의 말


한쪽은 열심히 논을 갈아야 직성이 풀리고, 다른 한쪽은 자신이 농장의 아이돌이라는 믿음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반된 두 소의 모습은 마치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편으론 어쩌면 둘 다 농부에게는 없어선 안 될 존재들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더 중요한지 따지기보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이 더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