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과거를 상영하는 사람들

재단

by MIHI

나이가 지긋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나온 과거를 상영하기를 바랬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40여년의 시간을 통째로 상영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리아드네시스, 그의 기억을 추출하는 방법은 대상자 본인에게 인상적인 기억이거나, 뇌에서 휘발되기 전의 아주 최근 기억들에만 해당이 되었다.


그래서 과학자는 새로운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과학자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존재들이며, 흐릿한 기억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모두 본인의 존재로 치환하였을 때, 기억의 강렬함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등장인물이 1명뿐인 혼자 있는 기억인 경우에는, 거울, 수면, 매끈한 금속의 외벽 등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볼 수 있는 물체들을 기억 속에 새로이 삽입했을 때, 마찬가지로 기억을 증폭해낼 수 있었다.


결국, 이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이 방법은 오래되고 일상적인 기억의 조각을 증폭해내어 기억 속에 덮어씌우는 원리였다.


사람들은 아리아디움에서 자신의 지나온 일생이 기록된 나무의 나이테 모양의 CD를 받아가서,


집에서 그것을 상영했다.


유명인의 경우는 영화관에서 공개적으로 상영되는 일도 있었다.


임종이 임박한 사람의 기억을 추출하여,


그의 사후, 제사 혹은 추념 행사가 있을 때에는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이 모여 그의 기억을 상영하는 일들도 있었다.


“저 분이 바로 네 할아버지란다.


은행원이셨던 그 분은, 정년퇴직 후 여러 사업을 하셨지.


저기 나오는게 바로 네 아빠야.“


남아있는 가족들은 충실한 나레이터가 되었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마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강렬했던 기억을 상영하는 경우 기적적으로 정신을 차리는 일도 있었다.


선명한 과거의 기억은 몸을 깨우는 심장소생술과 같이, 정신을 깨우는 각성제의 역할을 했다.


살아있는 사람들도 커피와 같은 식품 각성제 대신 본인의 기억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본인의 기억은,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짜릿한 것이었다.



작가의 말


기억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질문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