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부터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여기 영종도는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라 습기가 엄청나게 심하다. 지금은 살만하지만 처음 왔을 때는 공기가 무거워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영종도에 온 지도 3년이 다돼간다.
나의 근무 스케줄은 교대 형식이다. 하루 종일 근무하고 하루 종일 쉬는 격이다. 그래서 책 읽고. 글쓰기에 좋은 환경이다. 그런데 그렇게 개인 생활하다 의식도 못할 만큼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세월이라는 것이 참 우습다. 처음에는 더디게 지나는 줄 알았던 시간들이 돌아보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는 것을 갑자기 의식하게 된다. 어렸을 때면 때가 되면 단계에 따라 무엇인가가 돼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어떤 것이 된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인 것 같다.
주변에서 아직도 나는 어른 대우를 못 받고 있는데, 왜 결혼 안 하고 있냐는 소리를 몇 년째 듣고 있다. 때로는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렇다는 핀잔을 듣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결혼하면 정말로 어른이 될 수 있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궁금하기는 하다.
오늘도 그 소리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 봤다.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마음이 끌리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생활을 위해 그럭저럭 살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은 적당히 맞춰줄 수는 있겠지만, 평생을 그래야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개츠비는 힘이 없고 가난했기 때문에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그토록 바랬던 부와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한 상태이다. 다시 사랑을 얻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고, 그녀의 죄까지도 뒤집어쓰고. 그녀의 남편의 음모로 죽게 되었다. 그를 가슴 뛰게 만들었던 것도, 죽게 만들었던 것도 사랑이었다.
개츠비는 정말 사랑만으로도 행복했을까?
타락했지만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던 개츠비
나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대명사로만 지칭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개츠비와 물질적 향락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데이지를 대비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갑자기 개츠비를 들먹이는 이유는 지금 내 상황을 통해 개츠비를 이해할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청난 부자라던가, 남의 가정을 휘저을 만큼 무모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누군가를 만나서 감정만으로만 상대방을 사랑하기에는 늦었다는 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올라가듯이, 사랑의 조건들도 그러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사랑을 통한 결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까다로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요즘엔 '모순'이라는 소설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것도 결국은 그러한 운명에 처하게 될 현실에 독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은 재즈와 같다. 의도한 방향과는 완전히 틀어졌더라도 나름의 리듬을 가지고 어떻게든 음률을 만들어나간다. 재즈는 클래식처럼 형식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고상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 마음이 가는 대로 즐기면 된다.
우리는 너무 세상을 복잡한 논리로 구성하고 미리부터 걱정만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음악은 그저 행복하기 위해 즐기는 것인데도 말이다.
비 오는 밤, 재즈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상념들을 개츠비와 엮어서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