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미술관에 간다

#기억

by 비루투스

멀리 떠나야만 여행일까

짐을 싸는 건 귀찮고
잠자리가 바뀔 때마다
몸도 마음도 지친다

비행기표 없이도
지하철 한 번이면 닿을 수 있는 곳
가면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아무 곳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우연히 마주친 낯선 작품 하나에
마음이 움직일 때
그 순간이 여행이지

우연히 마주친 시간과 공간 앞에
겸손히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미술관을 간다

현대미술은 어렵지 않다
모르는 게 많아도 괜찮다
작품 앞에 서면
머리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니까

쇤베르크의 음악처럼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불편해도
그 안에 나만의 의미를 담는다.

인생도 그렇다
잠깐 머물다 가는 것이지만
그 흔적은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

특별한 것만이 예술일까
누구나 느낄 수 있고
어떤 감정도 작품이 될 수 있다
기쁨도, 슬픔도
때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각도

종교는 나를 구원한 적 없었다
그저 날 죄인 취급할 뿐
하지만 예술은 조용히 다가와
지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더 이상, 나는 죄인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멋진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굳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필요까진 없다.
그저, 나는 감당 못할 삶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걷는 이 길도
충분히 아름답고
예술이 될 수 있으니까

그냥,
나는 계속 걷고
보고, 느끼고
그걸 이야기로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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