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hawks

#감정

by 비루투스

어떤 토요일,
역삼동 파스쿠찌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유리창
안쪽에
얼굴들이
겹쳐진다

말없이
바라보는
시선들에

모든 것이
마주하는
순간

고요함,
낯섦
혹은
어떤 깨달음

그리고
커피 한 모금


도시의 토요일 아침, 역삼동의 한 카페. 시인은 이 일상의 풍경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다. 「어떤 토요일, 역삼동 파스쿠찌」는 짧은 시지만, 그 안에 담긴 시선과 사유는 깊고 섬세하다. 이 시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의 인식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시의 구조는 간결하다. 짧은 행과 단락으로 구성된 자유시는 독자에게 여백을 제공하며, 시적 호흡을 조절한다. 이러한 형식은 시인이 바라보는 장면 하나하나를 정지된 프레임처럼 보여주며, 독자가 그 안에 머물며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첫 연에서 시인은 “창밖으로 / 사람들이 / 지나간다”고 말한다. 이는 도시의 익명성과 끊임없는 흐름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유리창 / 안쪽에 / 얼굴들이 / 겹쳐진다”는 구절은 안과 밖, 현실과 반영, 타자와 자아의 경계를 흐리며, 존재의 중첩을 암시한다. 유리창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시적 화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후 시선은 “말없이 / 바라보는 / 시선들”로 옮겨간다. 언어가 사라진 공간에서 시선은 감정과 인식을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이 / 마주하는 / 순간”에 도달한다. 이 순간은 단순한 시각적 교차가 아니라, 존재와 존재가 서로를 인식하는 찰나의 접점이다. 그 접점은 “고요함, / 낯섦 / 혹은 / 어떤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고요함은 평온함이지만, 낯섦은 불편함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낯섦 속에서 고요함이 피어나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마지막 구절 “그리고 / 커피 한 모금”은 시 전체의 정서를 응축하는 장치다. 철학적 사유와 감정의 흐름이 일상의 행위로 수렴되며, 독자에게 여운을 남긴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유의 종결이자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상징적 행위다. 이 한 모금은 시인이 마주한 세계를 다시 삼키고, 그 안에서 자신을 되새기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 시는 도시적 감수성과 내면의 성찰이 조화를 이루는 미니멀한 현대시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며, 독자에게도 자신의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과 나,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커피 한 모금. 그것이 이 시가 전하는 조용한 진실이다


& 요즈음엔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껴지는게 사람들이 취향모임에 지갑을 점점 닫고 있다는게 느껴지는데, 운동 이나 놀이 만남같은 곳은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 같지만. 독서 모임처럼 자신의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모임은 점점 줄고 있는 것 같다. 기존에 모임을 하시던 분들은 꾸준한 것 같으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나누고, 뒷풀이까지 신나게 하는 모임은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역삼동에 '자유독서'로 아주 유명한 북카페가 있었다. 이 모임의 매력은 토요일 오후 2시가 되면 각기 다른 지역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무 연고 없이 모여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나누고, 내가 낯설여하던 섹터의 사람과 생각과 감상을 함께 나눌수 있다는데 있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고 자주 모임에서 만나게 되면서 친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모임은 코로나 때 직격탄을 맞았고, 마스크 쓴채로 이야기하다가 모임제한으로 바로 헤어져야만 했다.


이 시는 그런 아쉬움을 뒤로한채 근처에 있던 역삼동 파스쿠치에서 책을 읽었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다. 역삼동은 평일에는 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토요일 저녁 시간에는 가게 안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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