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자크 라캉, #욕망, #정물

by 비루투스


비틀리고 휘청이며 살아온 날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나를 떠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을 떠나보냈나!

말라버린 눈물에 깊어지는 슬픔은,
더 이상 잃을 것도 내게 남겨놓지 않네.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헛헛함을 느끼고,
희미한 기억 속의 그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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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개울가에서 퍼온 개구리알을 투명한 페트병에 담아 집으로 가져온 적이 있다. 병 안에서 올챙이들이 하나둘씩 부화하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 그야말로 신비였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뒷다리가 자라나는 생명력에 감탄하며, 나는 그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날, 병에 물을 가득 채워주었다. 그것이 올챙이들에게 더 좋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올챙이들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모두 죽어 있었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병을 들여다보았다. 내 행동은 분명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더 넓고, 더 깨끗하고, 더 충만한 환경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충만함은 오히려 그들의 숨 쉴 틈을 앗아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이 장면을 떠올린다. 무언가를 완전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때로는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는지를. 부족함을 메우려는 마음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간극을 억지로 채우려 하면, 오히려 숨통을 조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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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이링은 이렇게 말했다.
“붉은 장미를 얻으면, 그녀는 벽에 묻은 모기 핏자국이 되고, 흰 장미는 창가에 비친 밝은 달빛이 된다. 반대로 흰 장미를 얻으면, 그녀는 옷에 붙은 밥풀 같고, 붉은 장미는 마음속에 찍힌 붉은 연지처럼 아른거린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손에 닿는 순간 익숙함과 권태로 변한다. 관계에서도, 삶에서도 우리는 완전함을 추구한다. 더 좋은 연인, 더 나은 직장, 더 완벽한 결혼. 부족함을 채우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 채움이 지나치면 상대를, 혹은 나 자신을 질식시킨다. 때로는 여백이 필요하다. 숨 쉴 틈이 있어야 관계도 사랑도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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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의 하얀 장미꽃이
좁은 공간 속에 갇혀 있다.

창백한 그 꽃은 위태롭게 꽂혀 있고,
연약해진 마음에 그것이 맺혀
작은 유리병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람은 문턱에서 멈추고,
햇살마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런데도 꽃은, 희망을 품고 있는가.

여전히 활짝 피어 있는 그 꽃,
시선은 오래도록 그 위에 머물렀다.

가슴 한 켠에 금이 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속삭임—

“이토록 여린 것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