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왜 우리를 힘들게 할까

<블랙미러-추락>

by 지원

사람의 평판으로 등급이 나누어지는 삶. 소셜미디어 상에서 보이는 평판이 신원보증서가 된 삶. 이 세계는 마치 미리 짜인 인공적인 스노볼 같다. 거울 앞에 서서 인공적인 웃음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하고, 먹다 뱉을 정도로 맛없는 쿠키를 "부드러운 음료와 쿠키"로 바꿀 수 있는 곳, 이곳에선 SNS 상의 별점이 곧 '생존'이 되는 삶이다. 생존을 위해선? 레이시는 평점을 4.5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목표가 생긴 레이시에게 기적과도 같은 전화가 울려온다. 전화를 한 사람은 레이시의 친구이자 과거 레이시를 괴롭히기도 했던, 나오미. 나오미는 다짜고짜 전화해 자신의 결혼식 축사를 맡아달라고 한다. 평점이 4.5 이상인 높은 등급의 나오미 결혼식 축사를 맡으면 평점을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 진심이 아닌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인만큼 관계의 이익은 감정 없이 빠르게 계산될 수 있다. 철저히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 현실을 돌아간다. 그러나 레이시가 축사를 하러 가기까지의 여정이 꽤 험난하다. 남동생과의 싸움이 단초가 되어 커피를 들고 있는 여자와 부딪히고, 택시에서, 공항에서 차례로, 연속적으로 평점을 깎이게 된 레이시는 결국 평점 4.2를 넘지 못해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인간은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렇게, 잘 보이고 싶어 할까? SNS는 힘들다. 부러움을 사고자 하는 과시적인 사진과 숫자, 그리고 좋아요로만 이루어진 SNS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과거에는 비교 대상이 주변 친구들 정도 였다면, 현재 우리는 SNS에 접속하자마자 뜨는 모든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비교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내가 희망하는 절대적 기준치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더 많은 팔로워, 더 많은 좋아요를 갈구한다. 여기에는 끝이 없다. 그래서 SNS는 우리를 힘들게 한다.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 <소셜 미디어와 침묵의 나선>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팔로어와 생각이 일치한다고 느낄 때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한다고 한다. 논란이 예상되는 과감한 의견은 조롱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할까 봐, 또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던 사람들에게조차 외면당할까 봐 조용히 삭이는 때가 더 많다. 경쟁하듯 인기를 확인해야 하는 소셜미디어에서는 획일성이 오히려 좋은 것으로 포장되거나, 남들과 다르게 살아볼 용기를 억압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뉴필로소퍼_남들과 달라질 용기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삶을 살았던 레이시의 결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레이시의 비극이 오히려 족쇄에서 풀려나 비로소 자유로워진 인간처럼 보인다. 이야기 초반, 거울을 보며 인위적인 행복한 웃음을 짓는 레이시보다 모든 걸 다 내려놓았지만 솔직한 웃음을 지을 줄 알게 된 레이시의 모습이 더 행복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안 하는 세상은 구려"


생각 없이 따르는 성실함, 충실함의 끝이 어땠는지 우린 모두 안다. 좋아요만 좋아하는 세상, 절망 따윈 보이지 않는 SNS 세상 속 평판을 인정받고 나를 버릴 것인가. 평판 따위 상관없이 나로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