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친구 親舊
하루를 만나도
십 년을 만난 느낌이 있는가 하면
십 년을 만나도 하루의 정 情을 나눌 수 없는
덤덤함이 익숙한 술자리에서
만남의 예 禮가 정중한 한 사람을 본다
마누라와 이혼하고
길보다 낮은 방에 살면서
모임의 회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일 마다하지 않고 발품 팔아
찬조금 贊助金을 내기도 하고
술값을 내기도 한다는 솔직한 말에서
치부 恥部를 고해성사 告解聖事하듯이 담담히 뱉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울림에서
오늘 저녁 거룩한 한 친구 親舊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