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 1여

by 차주도

4남 1여

새해 첫날
만영, 우영, 주도, 주돈, 영숙.
이렇게 오 남매가 94 엄마에게 세배합니다

저마다 엄마에게 사랑을 표시하지만
저만 따로 노는 국밥처럼 무덤덤한 자세를
취한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엄마가 판단력이 흐려져
오로지 큰형 편만 드는 모습이 당연하겠지만
엄마만큼은 누구보다 위대해 보여
서운함이 마음을 지배했나 봅니다
그래서 다들 "건강하십시오"라고 세배하는데
저는 "사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둘째 형과는 맞고로 인사합니다.
지갑에 잃어도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 돈을 넣고
게임을 즐기지만 적당히 성질도 드러내고,
감정도 보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치다가
집에 가자고 보채는 가족들 등살에 밀려
판을 접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맞고의 대가가
허리 쑤시고, 머리 아파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서 표현 못하고 끙끙거리다
잠이 들면 또 다른 집착이 꿈속에서 현실로 나타납니다
넓은 매장에
잔뜩 옷들이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쌓여 있지만
혼자서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에 손님은 들락날락거리지, 마음이 바빠 생각대로 되지 못하고 안달하는 모습들이 반복되는 꿈을 꿉니다

이십여 년의 의류사업이
아직도 병적으로 현실화되어 꿈속에 있는 것 보면
지워질 수 없는 삶의 흔적 때문입니다

광장시장 도매업을 오전 여섯 시 정도에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짐자전거 끌고 동대문종합시장
지하 실 매장에서
색깔 골라 공장으로 출근하는 일과를
십오 년을 한결같이 거르지 않고 했으니
최선을 다한 그때의 기억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때는 무슨 용기가 있었는지
내 키 두 배 넘는 짐자전거를
용두동부터 동대문까지 빵빵 거리는 버스를
무시한 채 마이웨이하는 모습이
한 폭의 만화였습니다

우리 큰형은
공기마저 손에 한 움큼 잡으면
내 것이라고 우기는 철학박사이고


동생 주돈은
영원한 낭만을 추구하는 고집쟁이고

어쩌면
우리 형제는 가난이 물려준 삶의 타레를
자기 방식대로 풀어 가지만
언제나 만나면
반갑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엄마만 보면 눈물이 고입니다
감사하고,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