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各自圖生
손녀의 과제물로
‘고추 키우기'가 선정되어
고추 모종의 성장을 살펴보다가 시원치 않자
햇빛이 잘 드는 할머니 집으로 들고 온다
손녀의 부탁이라
정성껏 키우다 보니
키만 쑥쑥 자라고 꽃은 피건만
열매 열릴 기미가 없자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할멈은
“고추가 열리지 않으면 버려야지” 하면서 엄포를 준다
“아무리 말 못 하는 식물일지라도 야박하게 말하지 말라"라고
경고장을 띄우자마자
위기를 느꼈는지
고추가 두 개 열렸다
아무리 봄일지라도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을 모른 채
순리를 거스른 것이다
눈치챈 할멈은
연신 피어난 꽃에
바람의 역할을 대신해
솜을 가지고 톡톡 문지르니
주렁주렁 신기하게 베란다에
생명이 수두룩하게 열렸다
이제는 분갈이하여
바람이 잦은 복도로 옮겨놓으니
신선한 고추가 한 끼의 입맛을 돋운다.
시작 노트
발 딛고 사는 세상
결코 쉬운 게 없다
순리 順理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이 나이가 걸렸다
지켜야
안분지족 安分知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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