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무의 날에 있었던 일
오늘은 회사의 종무 였다.
따로 종무식은 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휴가를 사용해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고 1월 2일에 출근을 해도 된다.
25년도의 휴가를 사용하는 거라서 연말부터 휴가를 5개나 사용해야하지만 긴 휴가를 보낼 수 있고,
아이도 어린이집 방학 시즌이니 기꺼이 사용하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12일 동안 출근을 안해도 된다는 생각에 약간은 들뜨고 빨리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와중 오전부터 조금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오늘이 종무의 날이기는 하지만 얼마전부터 팀 내에 급하게 돌아가는 일이 있어 사부작 사부작 할수 있는 범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담당자가 지정 되어 있진 않았지만 마도를 좀 잡아해보고 싶어서 티 안나게 하고 있었는데, 티가 안났던게 문제일까?
정리하고 있던 사안에 대해 팀장님이 다른 팀원에게 오늘 급히 정리를 시키는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이유가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심지어 요청을 받은 팀원도 이유를 모른 체 급히 대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팀원은 만들어진 자료를 토대로 정리를 하면서 나에게 직접 작성한 건지, 자료 상의 내용에 있는 말들은 어떤 의미로 적힌 건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사실 이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수용을 100프로 할 수 없기도 하고 이미 자료에 있는 말들을 더 구체화하거나 다른 말로 바꾸어 보고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상황이 불편했던 한참 고민을 하다가 팀장님께 직접 여쭤보았다.
원래 몇일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고 결론으로 도출해야하는 내용을 다른 팀원분께 요청한 것 같은데 결론만 필요한 거라면 보고를 위한 자료를 정리하는게 맞는지 말이다.
자료의 흐름의 후반부로 들어갈 내용을 요청하니 그 과정이 의미가 없고 더 이상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게 그냥 버리는 시간 같은 느낌도 들었기에
나의 질문에 팀장님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 있었고 애매모호한 답을 해주셨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팀원이 자기도 당황했다며 나에게 무엇이 불만이냐고 물었다.
사실 남겨놓지 못한 연말의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었는데, 나의 상황이 맞물려있었고 팀장님이 알아주길 바라고 한건 아니지만 몇번의 면담에서 요청했던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나의 노력은 못본 채하는 것 같은 상황에 대해 감정이 앞서 넋두리 처럼 이야기 하게 되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팀원은 아니었는데 평소보다 TMI했음에 약간의 후회가 있었고 의도가 뭐였던
공감의 언어들을 통해 위로를 해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고 나니 오히려 후련하기도 했다.
그간 눈치도 많이 보고 살피느라 이래도 저래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지내왔던 것 같은데 그냥 이런 모습도 보이고 나니 나의 경계를 하나 깬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종무니 일찍 들어가라고 해놓고 팀장님을 제외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나에게 '왜 벌써가'냐고 농담같지 않은 농담을 던지신 말이 퇴근길 내내 맴돌았지만..
나의 휴가 12일을 잘 즐기고 새해 첫출근에 걸림이 없으면 하는 마음으로 흘려보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오랜만에 글쓰기를 눌러보았다.
오늘의 기분과 태도들을 더 끌고가지 않고 흘려보내고 기분 좋은 연말을 맞이하도록 해야겠다.
아무튼 긴 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