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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순간

와인 기록자 -와인블링-


“Interview Question”


1. 와인 기록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다가 저녁과 주말에 와인을 즐기고, 공부한 와인을 소개하는 와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와인에 대한 글을 올릴 때는 ‘이왕 마신 거 기록이나 해두자’ 정도로 단순하게 사진만 올리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방문자 분들이 ‘이 와인이 궁금하다’, ‘이 와인 다음에 보이면 마셔보겠다’ 등의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막연하게 기록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분들에게 새로운 와인을 소개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뿌듯했어요. 또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던 분들과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와인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저와 같은 취미를 즐기는 분들과 와인 이야기만으로 몇 시간을 보내곤 하니까요. 


2. 다양한 술 중에서 유독 와인을 더 즐기는 이유가 있을까요?

여행을 좋아해서 각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의 전통주를 찾아 마시고, 양조장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언젠가 와이너리를 처음 방문했는데 맥주, 위스키, 럼 같은 다른 술 양조장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흥미롭고 그 자체의 모습이 더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 그 이후에 와인을 찾아마시게 되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같은 종류의 와인이라고 해도 나라마다 향과 맛이 다르고, 또 같은 지역의 와인이라고 해도 생산자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른 것, 똑같은 와인인데 누구와, 어디서 마시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경험하며 와인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와인을 공부하는 게 재밌어서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네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와인의 ‘다양성’이라는 매력에 빠져서 지금의 제가 되었어요. 


3. 와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니 참 낭만적이에요. 인상적이었던 와인 여행은 언제였어요?

여행은 스스로 성장하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가려고 해요. 와인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와이너리 위주로 여행을 다니는데 프로방스 지역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라벤더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과,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프로방스에서 유명한 로제 와인을 마셨어요. 로제 와인은 평소 즐겨 마시는 와인은 아니었는데도 분위기에 젖어 그 지역에서는 매일같이 로제 와인만 마셨네요. 프로방스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고흐 작품의 배경이 된 아비뇽을 방문했는데, 쉬라 품종 레드 와인이 유명해서 밤마다 풍미 있는 레드 와인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어요.


4. 와인과 함께한 낭만이 더 궁금하네요. 와인과 함께한 장면을 몇 가지 더 듣고 싶어요.

와인과 함께한 낭만적인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당연히 여행을 가서 와인을 마셨을 때가 떠올라요. 캠핑을 가서 새벽녘까지 친구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새벽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빗소리 자체가 배경음악이 되더라고요. 해뜨기 직전의 여명, 빗소리, 그리고 와인 한 잔. 지금 생각해도 참 낭만적인 순간이었어요.프로방스를 여행하던 중 숙소 2층의 테라스에서 해지는 노을을 보며 와인 한잔했던 기억도 나고요. 유럽여행을 다니면서는 주로 숙소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와인 한잔하는데, 그 순간은 여행의 피로가 싹 사라지던 순간이었어요. 

상파뉴 지역에서는 시내에 와인 한잔하러 갔는데 라이브 공연이 진행 중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며, 프랑스 현지인들 사이에서 흥겹게 어울리던 순간도 생각나네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해변가에서 동행한 친구들과 함께 앉아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해지는 바닷가를 바라보던 기억도 나고요. 나중에 소중한 사람과 꼭 다시 오고 말 거라고 다짐했는데, 가능하겠죠? :)


5. 와인은 종류가 참 많은데 특별히 좋아하는 취향의 와인이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샴페인과 부르고뉴 와인들을 좋아해요. 특히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은 장미 향, 젖은 낙엽, 딸기 같은 붉은 베리류 같은 섬세한 향과 더불어 때로는 가죽 향, 나무 향 같이 인상적인 향이 어우러져 정말 복합적이면서 아름다운 와인으로 뽑혀요. 특히 부르고뉴 지역의 마을 중 샹볼뮈지니나 본로마네 지역 ‘피노 누아’는 마치 장미꽃 한 다발을 안아들고 딸기밭을 지나 숲속에 이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줄 때가 있어요. 나는 지금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마치 한적한 시골 어디쯤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있는 것과 같은 환상이랄까요? 이게 무슨 소리야? 하실 수 있지만 한번 경험하면 이 매력때문에 와인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출근할 때 ‘아 오늘은 이 향수를 뿌리고 싶어!’ 하듯이 와인 향에 빠질수록 ‘아 오늘은 이 와인을 마시고 싶어!’ 하게 되더라고요.


6. 향을 향유하는 측면에서 와인과 향수는 닮은 점이 많은데, 평소 좋아하는 향기 제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이탈리아 아쿠아 디 파르마 로사 노빌레 오드 퍼퓸, 샤넬 샹스 오 땅드르 헤어 미스트 제품을 최근 3~4년 동안 쭉 쓰고 있어요. 이제는 향수의 새로운 향을 시도하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향의 향수를 계속 구입하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제일 자주 비운 향수를 생각해 보면 은은하게 퍼지는 우아한 장미 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강렬하고 화려한 향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로 예전에는 강렬하게 확 다가오는 향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은은하고 천천히 다가오는 향을 좋아해요. 실제로 4년 전 DIY 향수 만들기에서 만들었던 샘플이 남아있어서 얼마 전 맡아 보았는데 너무 진해서 절대 사용 못 하겠더라고요! 향수보다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싶을 때는 향수 대신 헤어 미스트를 사용하는 날도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요새는 조금 더 은은한 향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7. 와인블링 시스터의 앞으로의 목표와 행복을 위한 삶의 방향성이 궁금해요.

예전에는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현실에 안주하며 연초에 세워놓은 계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도 목표는 와인 관련 자격증 하나 더 취득하는 것, 프랑스어 공부, 그림 수업 듣기, 건강한 다이어트 등이 있었는데 제대로 지킨 게 없는 것 같아 부끄럽네요. 너무 많은 목표를 한 번에 세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올해는 와인을 많이 마시면서 건강이 좀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앞으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제 스스로를 챙기며 건강을 지키려고 해요. 타인에게 보이는 삶이 아닌 스스로 돌아봤을 때 ‘나는 잘 해왔고’, ‘잘 하고 있고’,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요. 저를 아껴주는 주변 사람들, 가족과 함께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지표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와인블링 시스터의 와인처럼 여행지와 나를 잇는
매개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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