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희 / 에세이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을까?"
"자신을 알기도 전부터 나를 만들어 온 발레. 나를 매료시킨, 나를 좌절시킨, 때론 낡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그러나 모른 척 뒤돌아설 수 없던 발레. 그 어지럽고 애틋한 풍경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 작가의 말 中
나는 이적의 글을 좋아한다. 이적은 가수라는 본인의 직업에 충실한 사람이지만 글도 굉장히 잘 쓴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편 글을 올리곤 하는데, 그의 글에는 사회의 다양한 이면이 녹아져 있어 꽤나 흥미롭다.
그런 이적이 인스타 스토리에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라는 책을 추천하였다. 그렇다면 당장 읽어봐야지.
책은 발레와 관련한 작가의 경험, 생각을 적어놓았다. 작가는 기억나지 않을 시절부터 발레를 해왔지만 현재는 무용과 교수로 재직 중인 사람이다. 발레가 세상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부터 발레에 담긴 사회 구조까지, 꽤나 사회학적 시각이 담긴 책이라 놀라웠다. (이적이 사회학과라 이 책을 추천했나?)
작가는 발레 안에 있는 다양한 사회학적 시각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남성 발레자에 대한 편견부터 여가로서의 춤, 발레가 고급 예술이라는 장르적 편견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생각까지. 발레 안에 여러 사회적 구조가 녹여있다는 것은 대학원 졸업 눈문을 위한 선행연구를 할 때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접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예켠대 나 어렸을 땐 대부분의 친구들이 발레를 배웠고 나 또한 발레를 배웠었다. 고급 예술로서의 발레라는 사회적 의식이 담긴 행위로, 발레를 배우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다는 욕구 의식이 담겨있던 것이다. 이 욕구는 아마 우리 시대 부모들에게 대부분 적용됐을 것이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론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이해가 훨씬 쉽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다니?
인상 깊었던 책 속에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면 이렇다. “발레가 서로 다른 몸을 그 자체로 품을 수 있는 장르가 될 수 있을까? 발레의 아름다움이 민주적일 수 있을까? 다리가 길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각각의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아름답다고 여겨질 수 있을까? 발레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내가 늘 고민하는 지점이다.”
단순히 어떤 소설이나 예술가의 회고록이라고만 생각했던 책에서 뜻하지 않게 사회학적 시각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사회학을 공부하며 가장 재밌는 순간은 바로 이럴 때가 아닌가 싶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을 캐치해낼 수 있는 시선. 바로 이 점 때문에 사회학을 석사로 전공한 나의 선택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